[안보의 길]한미 방위비협상, 미국이 한발 양보해야
[안보의 길]한미 방위비협상, 미국이 한발 양보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0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코로나-19 상황으로 잠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사안이 있다. 바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다. 최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4월 1일부터 주한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이 임박하게 되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을 위한 7차 회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합의는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 처음 2일간 일정에서 하루를 더 연장했지만 우리의 뜻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번 협상에서는 무엇보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건비 문제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너무나 완고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7차 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조건을 제시했고 유연성도 발휘하지 못했다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렸다.

첫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은 지난해의 1조389억원(약 8억6천만 달러)보다 약 5배 가까운 50억 달러(약 5조8천억원)를 요구했다가 지금은 40억 달러(약 4조6천400억원) 안팎의 인상안을 제시한다. 반면 우리는 지난해 분담금보다 10% 남짓 인상한 안으로 맞서고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의 원만한 타결이 목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한국인 근로자들의 생계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3월말까지 타결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대안을 미리 마련해두자는 얘기다. 미 국무부는 생명·건강·안전·최소한의 준비태세에 필요한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부분, 대규모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대로라면 전체 근로자 9천여명 가운데 6천여명이 무급휴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은 두 나라가 방위비 협상을 합리적 수준에서 조속히 타결하라고 촉구한다.

지난해 우리가 부담한 비용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카투사 주둔비용, 공공요금 감면비용, 미군기지 정비비용까지 합치면 그 경제적 가치는 5조4천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토지비용 저평가분까지 산정하면 무려 6조원이 넘는 규모다. 최근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기고문(‘한국전쟁 70주년, 평화와 안전을 위한 노력’)을 미국 국방매체인 ‘디펜스뉴스’에 실었다. 정 장관은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외에 주한미군과 연합방위를 위해 매년 7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규모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분담금 인상 압박은 취임 후에도 여전하다. 우리는 지난해에도 전년도(2018년)보다 787억원(8.2%) 인상된 규모의 분담금을 낸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이 느닷없이 작년분보다 약 4배나 인상하겠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전 세계처럼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시국에 안보 동반자로서 무작정 방위비분담금 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 주둔은 1953년 10월 1일에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한다. 처음에는 한국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의 위협이 있을 때 미국이 원조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현재는 한반도의 위협을 감시·견제하는 기능을 넘어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 양국은 즉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의료장비 지원까지 요청했다. 우리와 미국은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 관계임을 여실히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그럴진대 어찌 안보를 얘기하면서 경제논리만 내세우려 하는가.

더욱이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안보동맹의 정신을 경제논리 속에 가두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일이다. 한미 양국, 특히 미국은 현 상황을 슬기롭게 판단해서 원만한 타결을 앞장서서 이끌어내기 바란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예비역 소령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