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과 함께 온 봄
응원과 함께 온 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3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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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꽃들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초봄에 앞서 늦겨울을 지킨 동백꽃이 떨어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 벚꽃이 앞다퉈 피고 있습니다. 일찍 핀 꽃은 벌써 지고, 제철을 지킨 꽃들도 하나둘 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올망졸망 피는 꽃들은 다투지 않고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무심하게도 자연의 세계는 미증유의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는 인간의 세계는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은 이제 봄만 되면 어김없이 인간의 머리와 마음, 입에 오르내리는 단골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겨울 다음에는 언제나 그렇듯 봄이 자리를 했습니다. 봄은 또다시 그 자리를 여름에 넘기고 자연스럽게 물러납니다. 입장과 퇴장은 언제나 반복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늘 변화무쌍했습니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인간은 인간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올해의 봄이 유난히도, 그리고 지독하게도 봄 같지 않은 이유가 코로나19사태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삶이 한순간에 정지되는 일상의 멈춤이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입니다. 흔하디흔했던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본인임을 입증하고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구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긴 줄을 서면서 ‘마스크가 뭐라고’라는 장탄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며가며 지나는 길에 보이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이곳이 21세기 대한민국인가라는 자조와 울분이 치밀어 오릅니다. 장사가 잘 안될 때 가게에 파리만 날린다는 말도 지금은 빈말이 아닙니다. 가게 문을 여는 곳은 고사하고, 오히려 문을 닫고 집밖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드문드문 있었던 빈 점포를 알리는 임대 문의 안내판은 한집 건너 한집일 정도입니다. 마치 세상이 정지된 듯 고요함이 가득합니다. 고요함은 공허함으로, 공허함에는 비판과 절망만이 바람소리처럼 윙윙거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사태가 직격탄이 되었지만, 이미 조짐은 벌써부터 있었습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그 밑자락이었습니다. 헤어나올 수 있는 방도와 길을 찾아야 하는데 안이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사태가 강력한 폭발성과 휘발성을 발휘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적지 않게 지속된다면 공멸이 오지 않을까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갖고, 희망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현재로선 그것이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사태는 공포와 불안을 안겨주고 있지만, 한편으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을 목도하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현명했고, 강했습니다. 덜 힘든 내가 더 힘든 이웃을 위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업을 뒤로 미룬 채 환자들을 보살피기 위해 병원으로 간 의료진들, 손님이 없어 그냥 버려질 상황에 놓인 물품을 팔아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소비자들, 월세 내기도 벅찬 임차인들의 고통을 분담하고 나선 임대인들, 이 모두가 위기 앞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의 진정한 모습이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의 손 편지와 함께 전해진 돈과 마스크, 도시락, 빵은 우리 모두를 울컥하게 했고,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봄은 꽃과 함께 온 봄이라기보다는, 응원과 함께 온 봄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응원의 힘으로 버텨냈다면, 앞으로 얼마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응원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응원함으로써 우리가 응원 받고, 너를 응원함으로서 내가 응원 받는, 응원의 선순환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후대에 2020년의 봄은 응원의 봄이었던 것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희망합니다. 필자도 응원의 대열에 시민과 함께하고, 응원의 힘으로 코로나19사태 극복을 위한 최전선에 계속 머무르겠습니다.

도전과 모험의 위대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울산시민이 함께 한다면 우리는 작금의 시련을 반드시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봄을 만끽할 수 없지만, 응원과 함께 온 봄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께서도 힘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어두운 밤하늘이 짙어질수록, 무수한 별들은 찬란히 빛이 났다’라는 윤인혜 시인의 시를 시민 여러분께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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