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소상공인 자금융통 단비 ‘직접대출’ 시작
울산 소상공인 자금융통 단비 ‘직접대출’ 시작
  • 김원경
  • 승인 2020.03.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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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줄행렬… 예약완료 안내에 대기자들 반발하기도예산 소진시까지 3일내로 저금리 대출, 온라인 접수만 가능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이 26일 남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울산센터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지원 기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이 26일 남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울산센터 앞에서 이른 아침부터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지원 기자

 

“당장 급하죠. 코로나 걸리기 전에 말라죽겠습니다.”

26일 오전 5시 남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울산센터 앞, 한 대형마트의 새벽 마스크 구매행렬 마냥 이른 아침부터 줄서기가 시작됐다.

오전 2시 야간 장사를 끝내고 달려 온 식당 주인, 잠든 두 남매를 차에 두고 줄선 음악학원 원장, 사업자등록지가 울산이라 경기도 이천에서 밤새 달려온 운수업자 등 이날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6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을 받기 위해 모인 소상공인들이다.

‘직접대출’은 중소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서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에게 1인당 최대 1천만원을 신속 대출해주는 제도로 25일부터 시행됐다. 2달 넘게 기다려야하는 기존 대출에 비해 1.5% 저렴한 금리로 빠르면 3일안에 대출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거나 다른 대출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각종 금융정책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길 종잣돈을 구하려 새벽부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것. 이들은 직접대출을 ‘소상공인 숨 붙여주는 대출’이라 불렀고, 이번에도 돈을 구하지 못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절박함을 드러냈다.

가구매장을 운영 중인 차모(51)씨는 “IMF,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이 만큼은 아니었다. 매출이 작년 대비 62% 떨어져 타격을 넘어 한계치에 다다랐다”며 “이런 상황에 직접대출은 소상공인들 숨 붙여주는 제도”라고 했다.

지난달 개업 2주 만에 문 닫아야했던 실내놀이터 운영자 이모(44·여)씨는 “아직 권리금 잔금도 덜 치룬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개업에 들어간 자재값 등 카드대금, 임대료가 잔뜩 밀려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고, 한 피아노학원 원장은 “학원은 3~4월이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인데 놓쳐버려 막막하다. 당장 필요한 임대료, 생계비도 없어 긴급대출이 간절한 상황”이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정작 오전 8시께 모습을 드러낸 소진공 울산센터 직원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맞춰 27일부터 온라인 접수를 시작하니 돌아가 줄 것을 안내해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기다림에 지친 소상공인들은 사전 안내 없이 진행된 이 같은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진공 홈페이지에도 25일부터 예산 소진 시까지 ‘방문 상담’으로 안내돼 있고, 전날 전화문의에서도 직원들이 방문 접수를 안내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소진공 울산센터는 이날 오전 방문자까지 번호표 배부를 결정했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관련해 윤석철 센터장은 “현장접수 불가 안내를 미처 부착하지 못했다. 제한된 인력으로 갑자기 늘어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이해를 구하며 “27일부터는 온라인접수만 가능하니 유의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울산지역에서는 직접대출 시행 첫날인 25일 700여명, 26일 350여명이 센터를 방문했으며, 직접대출 인력 2명으로 상담건수는 하루 30건에 그쳤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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