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는
사람의 머리를 깎고
발로는
달의 머리를 깎는 곳
일부러 그리려고 해도 그려지지 않을 달의 모양이 반복적인 노동의 흔적만으로 그려진 모습에 마음 숙연해지며 여느 예술작품보다 더 진정성이 담겨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도 이발소가 아닌 미장원에 다니게 되면서 십 년 넘게 단골인데 바닥이 나무가 아니라서 저 달과 같은 흔적은 보지 못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는 화초들의 자라는 모습을 볼 때면 세월의 흐름을 느끼기도 합니다.
"손으로는/사람의 머리를 깎고/발로는/달의 머리를 깎는 곳"이라고 쓰는 김영빈 시인은 세상의 모든 B에게라는 사진 시집을 내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시인이 저 미용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할 디카시의 참 묘미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달이 점점 차올라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되도록 미용실이 환하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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