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우물에 빠지면’
‘소가 우물에 빠지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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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교회의 종탑까지 건드리면서 개신교계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말썽은 이단(異端) ‘신천지’가 일으켰음에도 그 덤터기를 왜 일반교회들이 덮어쓰느냐는 생각 때문일지 모른다. 정부의 ‘주일예배 자제’ 권유가 신도들의 결속력 약화로 이어져 교회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개신교계의 우려는 이제 기우가 아닌 현실이다. 교회 크기의 대소(大小)를 떠나 60%가 넘는 교회들이 주일예배에 집착하는 현상이 상황설명을 대신한다.

울산에서는 울산교회·남부교회를 비롯한 이른바 ‘대형교회’들이 주일(主日)인 22일 영상예배로 교회예배를 대신했다. 시민교회도 고민 끝에 영상예배 쪽에 줄을 섰다. 연합시론 필자가 대형교회의 하나인 서울 연세중앙교회가 22일 주일예배를 교회에서 보기로 했다는 소식을 20일 전하면서 두 가지 분석을 내놓았다. “세간의 관심이 덜 미치는 중소형 교회는 오프라인예배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주일예배에 매달리는 이유는 첫째, 디지털 기기 접근이 어려운 고령(高齡) 신자가 많은 교회라면 온라인예배가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소한의 살림살이마저 어려운 영세한 교회라면 주일예배는 존폐(存廢) 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일예배가 신자 수 유지나 교회 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교회를 중심으로 개척교회나 소규모 교회를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성남 ‘은혜의 강 교회’ 목사가 토로한 고민과 궤를 같이한다. 목사 부부를 합쳐 신자 수 136명인 이 교회에서는 22일까지 교회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67명, 49.2%나 된다니 실로 엄청난 감염율이다.

그렇다면 성경에서는 주일 즉 안식일(安息日) 지키는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참고로, 안식일 지키기를 중요한 종교적 의무로 보는 유대교의 탈무드(Talmud)에서는 생명이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경우 유예될 수 있는 일의 종류를 따로 규정하기도 한다. 기억을 더듬어 누가복음(가톨릭 ‘루카’) 14장 1~6절을 찾아보았다.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새인(가톨릭 ‘바리사이’)의 한 두령의 집에 떡 잡수시러 들어가시니 저희가 엿보고 있더라./ 주의 앞에 고창병(가톨릭 ‘수종’)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율법사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안식일에 병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아니하냐/ 저희가 잠잠하거늘 예수께서 그 사람을 데려다가 고쳐 보내시고/ 또 저희에게 이르시되 너희 중에 누가 그 아들이나 소나 우물에 빠졌으면 안식일에라도 곧 끌어내지 않겠느냐 하시니/ 저희가 이에 대하여 대답지 못하니라.”

이는 예수가 율법사나 바리새인들의 ‘율법지상주의’를 꾸짖은 말이다. 안식일에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다면 속히 건져내 살리는 것이 도리라는 메시지다. 주일예배에 참석했다가 운 나쁘게 코로나19에 걸려 고생할지도 모를 일반신자들을 생각해 보라. 교회의 부(富)나 재정자립을 희구하는 목회자나 장로, 또는 몇몇 열성신자의 고집스러운 신념이 ‘은혜의 강’을 ‘저주의 강’으로 바꿔놓을지 모른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이 1999년에 펴낸 ‘우물에 빠진 그리스도인’이란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전통·공식·형식이라는 고정관념의 우물 속에 빠져, 진리의 본질보다 껍데기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이런 고정관념의 우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유연하게 사고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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