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상대로 한 말바꾸기
국민을 상대로 한 말바꾸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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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블랙홀이 거의 모든 일상을 삼키고 있다. 심지어 불과 3주 정도 남은 4·15총선의 선거풍속도 자체도 바꿔놓고 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를 만나 악수조차 할 수 없는, 이전의 선거와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권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만나는 데 발품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만남 자체를 꺼리고 방역당국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병 예방을 당부하면서 선거운동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 SNS를 통한 홍보전 등 제한적인 비대면 선거운동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손발이 묶이다시피 한 후보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거대 양 정당은 후보자 개개인에 대해 코로나19 정국에 따른 선거운동 전략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는커녕 비례 위성정당 대결 구도에 매몰돼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데 이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지난 18일 공식 출범했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할 때만 해도 비난의 수위를 매우 높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미래한국당을 두고 “한 마디로 가짜정당”이라며 “정당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참 나쁜 정치’이며 한국 정치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도 말 바꾸기를 해가면서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두 비례 위성정당에 목을 매는 이유는 하나다. 의석수 확보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선거구(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였다.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였다. 이를 청산하고 다당제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에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통합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4+1 협의체’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말 통과시켰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거세게 반대했지만.

이번 4·15 총선부터 적용되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규모인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구조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 30석은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뉘게 된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입할 경우 8%의 정당 득표율을 얻은 A정당이 지역구에서 18명의 당선자가 나왔다고 가정할 때 전체 의석 300석 중 8%인 24석에서 지역구 당선 18석을 뺀 6석 중 준연동형 비례율인 50% 3석을 ‘30석 캡’의 범위 안에서 다른 정당들과 비율을 조정해 가져가게 된다. 나머지17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기존의 병립형 배분방식을 따르게 된다. 단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받기 위해선 최소 정당 득표율 3%(봉쇄조항)을 넘겨야 한다. 정당 논리상 당연히 군소정당에서는 적극 지지를 할 수밖에 없었고, 거대양당은 자연스럽게 반대 입장을 낼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의석 확보를 위해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양당의 독과점 체제를 다당제로 분산시키려고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대결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새 선거제 도입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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