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특별연장근로, 위기 극복 마중물 되길
車산업 특별연장근로, 위기 극복 마중물 되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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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용어 가운데 ‘사정변경(事情變更)의 원칙’이란 게 있다. 이는 법률행위 성립 당시 그 기초가 된 사정이 그 후 현저히 변화돼 당초 정해진 행위의 효과를 그대로 유지·강제하는 것이 신의성실(信義誠實)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경우 법률행위의 효과가 새로운 사정에 적합하도록 변경할 것을 청구하거나 또는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울산지역 자동차산업이 초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2월 중국에서 공급하던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공급 차질로 현대차 울산공장이 첫 휴업에 돌입한 이후 그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울산공장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2공장이 셧다운되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판데믹으로 현대차 국내공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흩어져 있는 해외공장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19일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받아 공장이 가동 중단됐고, 유럽의 체코 공장도 같은 날 가동이 중단됐다.

주가도 급락하고 있는데 현대차의 주가는 19일 기준 6만5천900원으로 2월 초 13만원 대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나버렸다. 이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7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누구보다 현대차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더욱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을 터. 이에 울산시는 지난 달 5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사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부품사들은 하나 같이 현대차가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해법은 생산차질로 발생한 손실은 생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으로 시행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자동차 업계에도 인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역시 주 52시간 제도의 한시적 유예 요청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비록 국내외 수요 급감으로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GV80, 팰리세이드 등 심각한 주문 적체를 겪고 있는 차종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팔 수 있을 때 팔고 난 뒤 향후 닥쳐 올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 일부 노동계가 주 52시간 제도를 무력화하는 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노동계의 오랜 투쟁 끝에 얻어낸 주 52시간 제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금 사정(事情)이 크게 달라진 상황이다. 주 52시간이란 것도 ‘생존’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또 법률에서도 ‘사정변경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도 생존을 위협하는 작금의 심각한 사태를 직시하길 바란다.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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