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극복하는 ‘우리’나라의 힘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나라의 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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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흔히 사용하는 ‘우리’라는 말에는 공동체 의식이 가득하다. 외국에서는 ‘나의’로 표현하는 많은 것들을 한국인들은 우리로 말하곤 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우리 사회’, ‘우리 학교’, ‘우리 동네’ 등이다. 심지어 공유할 수 없는 대상에도 우리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우리 마누라’, ‘우리 엄마’, ‘우리 형’, ‘우리 애인’ 같은 식이다. 사전적 의미의 ‘우리’(=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어법으로 봐서는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어법의 옮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한국인의 민족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한다.

우리라는 단어 속에는 민족 특유의 결속력과 단합된 의지가 녹아 있는데 이는 위기 속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907년 일제가 대한제국의 재정을 장악하고 식민지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한제국은 1천300만원의 빚을 졌다. 나라가 도저히 외채를 갚을 길 없는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면서 민족지도자뿐 아니라 인력거꾼, 기생, 백정 등 다양한 계층이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남성들은 금주와 금연으로 모은 돈을 냈고, 여성들은 자신이 모은 각종 패물을 모금소로 보냈다. 한 달여 만에 전국에서 230여만 원이 모금됐다. 일제의 극렬한 탄압으로 결국 좌절됐지만 국권 상실의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제에 대항하려 했던 우리 국민의 애국심을 보여줬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는 ‘금 모으기’운동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1997년 12월 1일 새마을부녀회의 ‘금가락지 모으기 운동’이 시발점이 되어 351만 명의 국민이 총 227t의 금(당시 약 22억 달러 상당)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금은 해외로 수출돼 부족했던 외화를 확보하는 데 쓰였다.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고,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규제 철폐 노력도 호응을 얻어냈다. 그 결과 2001년 8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

2007년에는 10년을 1년으로 줄이는 기적이 이뤄졌다. 그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부딪쳐 기름유출사고가 터졌다. 1만2천547㎘의 기름이 쏟아지는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다. 검은 재앙이 덮쳤던 태안 바다에도 우리 국민이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12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인간띠를 이뤄 기름범벅이 된 바위를 하나하나 닦았다. 해상 오염에서 회복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1년여 만에 아름다운 백사장과 푸른 서해바다를 되찾는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는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우리’의 힘이 빛난다. 확진자와 의심환자들이 끝없이 증가하면서 전국의 의료진들은 코로나19와 수일째 24시간, 쉴 틈 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 의료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는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의료진들이 몰려들고 있다. 모두 감염의 공포를 이겨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온정의 손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 병원에는 상인과 국민들이 도시락을 비롯해 마카롱, 쿠키, 음료 등의 간식, 마스크 등을 지원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한 부부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그 비용을 병원에 기부하는 등 개인과 기업 가리지 않고 기부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 유행이 되면서 이제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마무리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우리 마음속에 혼란과 불안을 낳았고, 그 혼란과 불안은 점점 커져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희망을 소리 높여 말하고 싶다. 과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우리’라는 힘으로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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