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華蓋), 다른 관점의 해석과 활용
화개(華蓋), 다른 관점의 해석과 활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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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華蓋)’는 일반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햇빛가리개 양산을 의미한다. 화(華)는 꽃, 꽃이 피다, 색채, 빛 등으로 해석한다. 개(蓋)는 덮다, 덮어씌우다, 덮개, 이엉덮개, 뚜껑, 용기의 아가리덮개 등 여러 가지로 풀이한다. 이러한 화개가 불교, 궁궐, 민속 등에서는 공통적으로 햇빛가리개로 활용된다. 햇빛을 가리는 도구에는 산(傘), 개(蓋), 산(?)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산은 일산(日傘), 수산(繡傘), 화산(華傘) 등으로 부르고, 개는 고개(高蓋), 화개(華蓋), 주개(朱蓋) 등으로 부른다. 산(?)은 화산(華?)으로도 불렀다. 앞에 예시한 산(傘), 개(蓋), 산(?) 등 세 가지는 의장(儀仗)을 겸해 햇빛을 가리는 도구로 사용했다.

화개는 산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충북 충주시, 전북 순창시, 전남 여수시의 화개산(華蓋山)이 그런 보기다. 산 모양이 양산(陽傘)과 비슷하다 해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 화개는 결국 모양과 장엄, 햇빛가리개의 용도에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화개는 ‘보개(寶蓋)’로 기록되고 위엄과 장엄 그리고 햇빛가리개를 겸한 용도로 사용된다. 화개 혹은 화개산의 의미를 잘 표현한 것이 불교의식이다. 관음시식에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을 증명으로 초청하는 의식에 ‘귀의하오며 일심으로 받들어 청하옵니다. 손에는 천 층으로 된 보개(寶蓋=아름답게 꾸민 傘)를 드셨고, 몸에는 백 가지 복으로 수놓은 화만(華?=불전 공양에 사용되는 일종의 꽃다발)을 걸치셨나이다. 맑은 혼을 극락세계 가운데로 인도하시고 망령을 이끄사 푸른 연꽃 언덕으로 향하게 하시는 대성인로왕보살마하살(南無一心奉請 手擎千層之寶蓋 身掛百福之華? 導淸魂於極樂界中 引亡靈向碧蓮臺畔 大聖引路王菩薩摩阿薩)’이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인로왕보살이 사용하는 보개(寶蓋)가 바로 화개(華蓋)이자 화개(花蓋)이다.

궁궐에서 화개는 햇빛을 가리는 양산(陽傘) 혹은 일산(日傘)으로 통한다. 임금 혹은 왕자가 행차 때 위엄과 장엄 그리고 햇빛가리개를 겸한 의장(儀仗)의 용도로 사용된다.

민속, 특히 무속에서도 화개가 등장한다. 화개는 울산 고유의 굿에서 ‘헛개’로 부른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울산 유일의 굿 이름이다. 헛개의 본디 말은 ‘화개’이다. 울산에서 큰 굿을 할 때, 굿당에 헛개를 높이 달아서 바람에 날리게 했다. 허개굿의 ‘허개-’는 강신무(降神巫)의 큰 굿에서 긴 장대에 높이 다는 장엄구로, 인로왕보살의 증명을 알리는 것이다. 회향할 때 영가에 앞서서 극락으로 인로(引路)하는 역할을 하는 이가 ‘손에는 천 층으로 된 보배로운 보개(寶蓋)를 잡으신’ 인로왕보살이다. 이상 소개한 불교, 궁궐, 민속 등에서 화개는 산(傘) 혹은 장엄구로 활용되고 있고, 화개산(華蓋傘)의 줄인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명리학에서 화개는 불교, 궁궐, 민속 등 햇빛가리개 용도와 다른 관점의 해석으로 나타난다. 명리학에는 겁살(劫煞), 재살(災煞), 천살(天煞), 지살(地煞), 도화살(桃花煞), 월살(月煞), 망신살(亡身煞), 장성살(將星煞), 반안살(攀鞍煞), 역마살(驛馬煞), 육해살(六害煞), 화개살(華蓋煞) 등 열두 가지 신살(神煞)이 있다. 그중에서 화개살은 마지막 살로 명리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살이다. 화개살(華蓋殺)이라는 신살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내용을 인용한다.

가) 화개란 말 그대로 화려한 꽃, 명성에 대한 뚜껑을 덮는다는 정도로 해석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발생하거나 얻어지는 온갖 명예, 재복, 화려함을 뒤로한 채 은둔하는 의미가 강하다. 나) 화개(華蓋)란 말은 ‘빛날 화(華)’, ‘덮을 개(蓋)’로 ‘빛을 덮는다’는 의미다. ‘빛을 덮는다’는 말은 ‘화려함을 덮는다’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덮는다’는 의미다. 좀 더 확장해서 해석하면 자신의 재주와 능력은 출중하지만 펼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펼치지 못해 쓸쓸하고 고독하게 되기에 일명 ‘고독살(孤獨煞)’이라고도 한다.

다) 화개살이란? 화개의 빛날 화(華) 혹은 꽃 화(花), 덮을 개(蓋)를 사용하여 ‘화려한 꽃을 덮는다’는 말로 모든 것을 마감하고 끝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려함을 덮는다는 다는 것은 돈, 명예, 인간관계 등 모든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덮기 때문에 액운이라 할 수 있다. 라) 화개살은 “빛나던 영광을 뒤로하고 뚜껑을 덮어버린다”(12운성 墓지)라는 뜻이다. 여기서 뚜껑은 관 뚜껑을 의미하며, 죽어서 관 속에 들어가 땅에 묻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화개살 해석의 중심은 앞글자인 화(華)의 화려함보다 뒷글자인 개(蓋)에 있다.

소개한 바와 같이 모두 부정적이다. 같은 한자라도 드러냄과 액운 등의 해석이 두 관점으로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사주에서 특정한 신살을 부각시키는 것은 백번 신중해야 한다. 때로 사람은 자료에 바탕을 둔 과학적 접근보다는 ‘∼카더라’ 하는 정서 쪽으로 쉽게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같은 개이지만 부각시키는 것과 덮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도 확인했다. 만약 화개살이 있다면…, 모든 것은 오직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이겨내야 할 것이다. 어디 화개살뿐이겠는가! ‘코로나19’ 역시 그 자신감은 두려움 없이 오직 스스로 일어서는 데서 얻어질 것이다(獨立不懼).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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