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와 120억
신천지와 120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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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식당, 마트, 약국, 병원 가기가 꺼려지고, 문화생활은 TV를 보는 것이 유일하다. 학생들이 학교도 못가고,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지 말라고 하니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받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으로도 100개가 넘는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국가신인도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한류 열풍도 역풍을 맞으면서 연예계, 관광업계, 기업인, 유학생, 스포츠계 등 모든 분야에서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이 모든 일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생긴 후유증들이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원인은 상당부분 ‘신천지’로 불리는 특이한 이단 종교집단에서 제공한 것이 확실하다. 신천지 신자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했다가 여러 사람에게 감염시킨 정황이 드러나 검사를 시작해보니 매일 확진자가 수백명씩 나왔고, 그 수가 전국에서 수천 명에 이르자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사태마저 나타났다.

방역당국에서 전수조사를 위해 신자 명단을 요구해도 신천지 측에서는 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제출했지만 상당수가 명단에서 누락되었다. 일부 신자들은 전화도 받지 않고 비협조적이어서 방역당국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지 별 내용도 없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나와 논란이 되었다. 추운 겨울에 양복 속에 반팔 남방을 입고 나와서 엎드려 절할 때 시계가 잘 보이게 하기 위한 연출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지난 3월 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신천지로부터 120억원의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했다. 사전 의논도 없었는데 갑자기 공동모금중앙회로 이 거액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신천지 측에서는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이 전파돼 코로나로 고통받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사용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공동모금회는 120억원을 도로 돌려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촉발시킨 책임으로 비난받고 있는 종교집단, 여러 문제로 고발돼 조사받아야 하는 신천지에서 거액의 기부금으로 사태를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 90을 바라보는 이만희씨는 늦었지만 거액을 기부해서 좋은 일 한번 하려 했는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불발되고 말았다.

120억원이라는 돈은 한 종교단체에서 내놓는 기부금치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이번에 삼성그룹에서 230억, SK에서 54억, LG에서 50억, 현대자동차에서 50억, 여의도순복음 교회에서 10억원을 기부한 것을 보더라도 120억원이라는 금액은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관리하던 재정에서 빼내 현금으로 기부했다고 하니 신천지의 재정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조성된 것인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교주 체제의 이단·사이비집단에서 교주는 절대권력·절대신뢰의 대상이 된다. 이만희 교주가 이끌고 있는 신천지 신자들에게 이 교주는 절대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신천지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이만희씨와 신천지 핵심간부들이 형성한 재산에 비리나 불법은 없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주를 신 같은 존재로 믿도록 교육받은 신천지 신자들은 ‘배신하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신천지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의 증언이다. 조직의 올무에 얽매여 울며 겨자 먹기로 헌금을 하고 포교활동을 하면서 가난하게 사는 신자들이 많고 신천지에 미혹되어 피해를 입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단체도 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신천지에 속아서 가정이 깨지고, 재산을 빼앗기고, 가족의 행방을 몰라 애태우는 사람들의 분노와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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