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과 마스크
독일인과 마스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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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몰고 온 ‘마스크 대란’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구촌 전역- ‘온 누리’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마스크 대신 화장실용 휴지가 외신을 타고 있다. ‘마스크 대용’으로 그저 그만이라는 뜬구름 잡는 가짜뉴스가 사재기를 불러오면서 마침내 ‘휴지 내놔 사건’까지 터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퍼 와서 지구촌에 날린 뉴스매체는 프랑스 AFP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다. 연합뉴스는 이 소식을 중국 선양(Shenyang) 발로 내보냈다. 그야말로 ‘글로벌(global)’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다. 긴 설명 필요 없이 대총 제목만 훑고 넘어가자. <“휴지 내놔” 호주서 머리채 잡고 몸싸움…수시로 경찰 출동> <“코로나19 유행 속 사재기 탓에 매진”…업계 “공급부족 없어”>

본론은 문명국 호주의 ‘휴지 내놔 사건’이 아니다. 독일인들이 마스크를 얕잡아 본다는 항간의 말을 확인하고 음미해보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온라인을 뒤져 봤다. 우리와 독일인들의 ‘문화 차이’를 엿보게 해주는 글 몇 편이 눈에 띄었다. 3년 전 독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며 올린 ‘독일에서의 생소한 경험담’에 먼저 관심이 갔다.

“① 화장실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하지 않는다. ② 발표나 세미나가 끝나면 책상을 두드린다. ③ 학교에 정수기가 없다. 대신 학생들은 화장실 세면대의 물을 떠서 마신다. ④ 도서관 안에 가방을 들고 들어갈 수 없다. ⑤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⑥ 사우나가 남녀 혼용이다.” 참고로 남녀혼욕(男女混浴)의 현장에 딱 한번 들렀다가 기겁을 하고 다시는 안 갔다는 표현으로 미뤄 이 글의 주인공은 여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했듯 관심의 초점은 마스크에 있었다. “⑦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중증 환자가 아니면 대개 마스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 시선이 집중된다.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면 수상한 사람으로 보여 경찰이 검문하는 경우도 있다 카더라. 나도 여기에 살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다. 코로나 폐렴이 확산되고 있고 독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지만 마스크를 이용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이번에는 다른 누리꾼의 증언에 눈길을 돌렸다. ‘kleinstein’이란 필명의 누리꾼이 올린 ‘독일인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을 잠시 훔쳐보자. 3월 3일자이니 최근에 작성한 글이다. <주변 독일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질문: “이제 독일도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는데, 왜 거리에서 마스크 쓴 사람이 안 보이는 거야?” 답: “마스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쓰는 거지, 우리가 왜 써?” 인식이 이렇게 다르네요.… 여전히 거리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은 전혀 안 보입니다.>

‘moncherie’란 필명의 누리꾼이 2월 27일에 올린 글도 눈에 띄었다. “독일에서는 마스크가 예방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착용을 권하지 않네요. 의사, 간호사, 환자와 같이 거주하는 가족만 집안에서 쓰라고 권합니다. 아니면 감염자가 외출할 때 쓰라고 하네요. 즉 마스크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자고 있는 거지 개인의 예방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하네요. 잘못 쓰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데….”

그렇다고 이분들의 주장이 100% 옳다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나가면 ‘바이러스’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독일이란 나라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한번 해보는 소리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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