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영화라는 세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영화라는 세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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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한 장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한 장면.

‘현실’의 반대말이라면 보통 자면서 꾸는 ‘꿈’을 떠올리지만 ‘영화’도 해당된다. 그렇게 영화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의 반대편에 나란히 서 있다고 꿈과 영화가 같을 순 없다. 왜냐면 꿈은 악몽이란 게 오롯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기 때문. 물론 공포나 스릴러 영화라는 게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또 범죄물일 경우에는 나쁜 놈들을 결국 물리치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의 결말은 대부분 해피엔딩. 그리고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보면서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샤론 테이트’라는 여배우가 있었다. 196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였고,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기도 했는데 그만 1969년 8월9일 스물여섯의 꽃다운 나이로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그녀를 살해한 이들은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 일당이었다. 그가 자신을 따르는 히피족들, 일명 ‘맨슨 패밀리’와 함께 야간에 샤론의 집을 침입해 그녀를 비롯해 집에 놀러 온 친구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시중을 드는 10대 소년인 스티븐 패런트를 비롯해 상속녀인 아비게일 폴저와 그녀의 애인인 영화 제작자 프라이코스키, 또 헤어 디자이너 제이 세브링이 바로 그들이다. 스티븐은 권총 4방과 1번의 칼질로 즉사했고, 돈을 줄 테니 살려 달라는 제이는 1번의 총탄과 칼 7번의 난도질을 당한 후 샤론과 함께 시체가 거실에 목 매달렸다. 또 아비게일은 28차례의 칼 난도질, 프라이코스키는 2번의 총탄과 13번의 칼질을 머리에 맞고도 다시 51차례의 칼질을 몸에 더 당한 뒤 사망했다.

마지막 피해자였던 샤론 테이트는 “뱃속의 아기라도 살려 달라”고 빌었지만 맨슨의 열렬한 추종자로 살인에 동참했던 수잔 앳킨스는 “아가씨, 당신에게 베풀 자비 따윈 없어”라며 16번의 칼질로 잔혹하게 살해한다.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더 어이없고 화가 나는 이야기를 해줄까 한다.

원래 맨슨은 자신의 음악을 저질이라 비판했던 음악 프로듀서 ‘테리 맬처’를 살해 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테리는 이사를 가버리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그의 처인 샤론 테이트가 그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 그것도 모르고 맨슨 일당은 아무 상관도 없는 그들을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더욱 기가 찬 건 맨슨 일당은 나중에 조사과정에서 자신들이 살해한 이들이 유명인이었다는 걸 알고는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미친 또라이들. 솔직히 욕을 안 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시츄에이션(상황) 아닌가? 허나 이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해서 타란티노 감독은 사건이 터지고 50여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 이 사건을 영화의 세계로 소환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이뤄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92회이니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1년 전인 1969년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는 분명 ‘옛날 옛적(Once Upon a Time)’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바로 영화의 제목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인 까닭이다.

아무튼 현실은 억울하고 분하고 어이가 없어도 영화는 결코 그렇지 않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 분명해 결말은 통쾌하거나 행복하거나 흐뭇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다행스럽다.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은 그 때 억울하게 죽은 샤론과 그녀의 친구들을 위해 영화 속에서 통쾌하게 복수를 해준다. 특히 맨슨 일당에게 대신 복수를 해주는 이들이 바로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였는데 릭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서부 영화에 자주 출연해 명성을 얻은 퇴물 유명배우이고, 클리프는 그의 스턴트맨으로 싸움에 아주 능한 카우보이였다.

그들이 어떻게 통쾌하게 복수를 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그리고 글로 써도 잔인하기만 한 맨슨 일당의 실제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 정황을 세세하게 담은 건 일종의 팁(Tip)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걸 알고 보느냐, 모르고 보느냐에 따라 이 영화는 천지 차이다.

실제로 알고 본 사람들은 릭이 클리프와 함께 맨슨 일당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 뒤 옆집에 사는 제이 세브링스(에밀 허쉬) 및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부터는 눈물이 날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제이는 1번의 총탄과 칼 7번의 난도질, 샤론은 16번의 난도질을 당했다고 한다.

때론 복수도 필요하고, 영화는 그렇게 가끔 위로를 넘어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달래주는 ‘진혼곡’이 되기도 한다.

2019년 9월 25일 개봉. 러닝타임 161분.

취재1부 이상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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