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쉼터 / 박문희
졸음쉼터 / 박문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5 20:4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들리는 길 위의 어름사니

휘청이는 너의 꽃잎 들고

내게로 오려무나

나, 너를 위해

촛불 하나 밝혀 줄 터이니.

*어름사니 : 남사당패에서 줄을 타는 줄꾼.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에 지난가을 춘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던 단풍잎이 징검다리처럼 외줄로 망에 걸려있습니다. 그 도로 위를 위태롭게 흔들리며 외줄을 타는 어름사니가 되어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저도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퇴근하며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지만, 허사였던 적이 몇 번 있고 그중에 한번은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던 상대편 차와 크게 부딪칠 뻔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히터를 켠 상태로 달리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지금이 가장 졸음운전이 많을 때입니다.

졸음운전을 경험하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음주운전보다 위험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졸고 있지 않다고 본인은 생각하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몇 초에 차는 다른 방향으로 휘청거리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졸음쉼터로 바로 들어가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지각하는 것보다 몇 백배 좋은 판단이고 결정이라는 것을 압니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사망 원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졸음운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문희 시인은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아름다운 한 장의 사진에서 디카시 “졸음쉼터” 발견하고 우리에게 충고합니다. 운전은 어름사니처럼 외줄을 타는 위험한 일이니, 졸음이 느껴지면 바로바로 촛불 밝혀둔 쉼터에서 쉬었다 가라고 말입니다. 글=이시향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