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왕의 평생교육 Letter] 교육복지의 마지막 퍼즐은 교육소외아동
[신기왕의 평생교육 Letter] 교육복지의 마지막 퍼즐은 교육소외아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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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울산시교육청에서 추진했던 소위 ‘교육복지 삼종 세트’가 완성되었다. 교육복지에 대해 가장 인색했던 울산에서 초·중·고교 무상급식에 이어 모든 중·고교 신입생들이 올해부터 여름과 겨울 교복을 무료로 받게 되었다. 또한 울산시교육청은 고교 무상교육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울산시에서도 지난해 시민복지기준선을 마련하였다. 그중 교육복지 기준은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받을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최저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교육분야의 추진과제로는 지역교육 균형발전과 학교 안팎 청소년 성장 지원을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저소득계층에 대한 교육부담 완화와 교육지원이 포함되었다.

교육 불평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교육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수많은 정책이 시행되었다. 대부분의 교육복지 정책은 주로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었다. 이번에 제시된 교육복지의 방향도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 교육복지를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데 대부분 할애되고 있다. 엄격하게 계획된 교육과정과 주요과목 중심으로 편성된 시간표에 의해 교육이 진행된다. 학교교육의 성공 여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달려있다. 학업성취도는 대부분 교과목 고유의 내용적 지식, 그것을 이해·해석·적용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형태로 시행된다. 이와 같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그 절정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에 따라 진학하게 될 대학이 결정되고 사회적 자원도 이에 따라 배분된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학업성취 결과는 부모의 소득수준과 교육수준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불평등은 해당 세대 뿐 만아니라 다음 세대 자녀의 학력, 취업,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에서 경쟁은 정의가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는 이미 체험적으로 그러한 생각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인지전략으로 체득된 지식이 미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역량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학업성취도 결과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보다 더 주목할 현실은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학습에 흥미를 잃고 학교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삶의 주체로서의 존재감이 상실되어 가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교육소외 아동이란 외연적으로는 교육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의미한다. 소외계층의 아동은 낮은 학업성취도와 더불어 학교교육 안에 있으면서도 학습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교육소외 문제를 함께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소외 아동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 교육소외 아동의 학습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소외계층의 아동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교육기회가 많아진다고 해도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지원은 효과가 없다. 이들에게 학업성취도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능력, 학습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들이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그들 앞에는 주어진 학습이란 없다. 스스로 학습을 조직하고 찾아내는 학습능력이 그들에게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능력은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한 능력이다.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은 학습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학습에 대한 자각은 긍정적 자아개념에 기초하여 학습에 대한 호기심, 학습기회에 대한 개방성, 능동적인 학습참여, 그리고 학습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학습능력은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인간의 존재가치를 실현하는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다. 이제 교육복지를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시점이다.

신기왕 교육학박사 /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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