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쓰레기장 건설, 북구 목소리 들어야
핵쓰레기장 건설, 북구 목소리 들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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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구청과 의회, 전 구민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의료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위생관리에 힘을 써야 할 때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주변에 있는 핵발전소와 고준위 핵쓰레기 임시저장소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는 크나큰 불안과 시련을 주면서도 백신 개발이라는 약간의 기대라도 주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핵발전소의 중대한 사고는 너무나도 가혹해 모든 희망을 잃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현재의 국가위기 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울산 북구 주민은 핵발전소와 관련된 문제로부터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 안전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40여 년간 핵발전소 6개를 북구 주변에 껴안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구 주민들은 월성핵발전소의 위험으로부터 어떠한 안전대책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발전소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설 때 북구 주민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였다. 정부도, 한수원도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피해가 북구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북구 주민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행정으로부터 침묵을 강요당했고, 현재에도 핵발전소로부터 반경 20km 안에 22만명이 거주하면서도 국가로부터 안전할 권리와 보호받을 권리에서 배제되고 무시당하고 있다.

안전은 인권이자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임을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핵발전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똑똑히 보았고, 2016년 규모 5.8 지진의 공포는 더 이상 이곳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북구 주민들이 안전할 권리를 찾는 것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인 것이다.

북구 주민은 더 이상 40년 전의 주민이 아니다. 국가정책이라고 묵묵히 침묵을 강요당해 왔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 아닌 것이다. 침묵의 결과는 계속해서 핵발전소 6개가 지어지도록 이어졌고, 이곳들의 안정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지켜지고 있는지 북구 주민은 아무도 모른다. 침묵이 북구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또다시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80년대 국가행정 방식으로 고준위 핵쓰레기 임시저장시설을 짓는다고 한다. 북구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임시라는 명분으로 핵발전소 가동과 그로부터 얻는 수익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쓰레기에 대한 최종 처분장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후대에 짐을 미루는 것은 양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못 할 짓이다.

월성핵발전소 중대사고 위험의 당사자는 북구 주민이다. 핵발전소로부터 반경 20km 안에 북구 주민 22만명이 살고 있고, 방사선비상경계구역 안에는 울산시민 115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북구 주민을 위한 구호소나 대피소는 없다. 구호소나 대피소는 오롯이 울산시 안에 있어야만 한다.

핵쓰레기 임시저장소 건설을 주민투표로 결정해 달라는 최근의 주민투표 요구 청원 서명에 북구 주민 1만1천483명이 참여했고, 2월 19일 산자부와 청와대에 이를 제출했다. 시장과 거리, 아파트, 식당, 성당과 교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소중하게 받은 서명이다. 이 과정에서 북구 주민들이, 지금까지 불안을 느끼면서도 어느 누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아서 좌절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있었음을 보았다.

북구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요구한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몰랐던 시절에는 침묵하고 묵묵히 국가정책에 미련하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지만, 위험성을 알게 된 이상 침묵하는 것은 주민 스스로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북구 주민을 배제하고 경주시민 일부만 핵정책 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안이 아니다. 그래서 요구한다. 위험한 핵쓰레기 임시저장소를 지을지 말지는 위험의 당사자인 북구 주민들이 주민투표로서 결정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재검토위원회, 북구청과 북구의회는 북구 주민들의 주민투표 요구가 실현되도록 적극 나서야 하며,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북구 주민들의 주민투표 요구를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

임수필 울산 북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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