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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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안내 문자가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나오면 혹시라도 우리 가족 누군가가 그들의 동선과 겹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초긴장 상태가 된다.

지병을 앓고 있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고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창원과 김해에 연로하신 시어머님과 친정엄마가 계시기에, 찾아뵙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길에 나가보면 모두 마스크를 쓴 사람만 다니는 것 같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혹시 저 사람이 바이러스 전파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더군다나 병상이 부족해서 자가 격리 중에 돌아가시는 분들의 소식을 뉴스에서 접할 때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가슴이 아려온다.

코로나19는 어느새 우리의 생활 패턴을 많이 바꿔놓았다. 공식적인 회식이 금지되고 단체모임이 어렵게 되니, 남편이 매일 집에서 저녁밥을 함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작은딸도 개학이 연기되어 집에 있으니,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코로나19는 이렇게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도 한다.

“엄마, 나 오늘 학교까지 두 시간 가량 걸어서 다녀왔어요.”

큰딸이 가족 카톡방에 올린 내용이다. 선바위와 망성리를 지나 학교로 가는 길이 마치 봄 마중 가는 길 같았다고 했다.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냇가와 광대나물풀꽃, 봄까치풀꽃, 민들레, 아기별꽃을 찍어서 올려주었다. 남편은, 걷기 좋아하는 자신을 닮아서 딸도 잘 걸어 다닌다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 또한 소모임과 약속이 취소되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었던 집안 정리도 해보았다. 그동안 필요 없는 물건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 대청소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평소 주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제부터라도 평소에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지’ 하고 단단히 다짐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집안에서만 며칠을 지내니 몸속의 에너지가 쑥 빠져나가는 듯했다. 자연 속에서 걸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나인데, 외출을 못 하니 마치 밥만 먹고 반찬을 안 먹은 듯 싱거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참다못해 집에서 가까운 대왕암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볼에 스치는 바닷바람이 신선했다. 쪽빛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니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져 왔다. 순간 감동적인 풍경을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바다 풍경을 동영상으로 찍어 평소 마음을 나누는 지인들에게 보내주었다.

오랜만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커피 한 잔을 들었다. 찍어온 동영상을 보면서 동해바다가 훤히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본다. 그리고는 밀린 책들을 하나씩 꺼내 읽어본다. 이것은 잠시나마 코로나19의 공포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나만의 힐링 방법 중 하나가 되었다.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본다. 식사도 제때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환자를 돌보는 그분들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면 집에서 편히 지내는 내가 죄송스러워진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도 많이 아플 것이다. 그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우리는 벼랑 끝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절망이 앞을 가리고 살기 힘들 때에도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함께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잘 이겨내어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날이 얼른 오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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