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알려주는 re-search의 의미
바이러스가 알려주는 re-search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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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눈이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 흰눈이 ‘펑펑’까지는 아니더라도 솔솔~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꿈이랄까?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내리는 비를 쳐다보는 포즈로 흰 눈을 맞이하고 싶다. 다행히도 얼마 전 내렸던 눈이나마 필자의 바람을 하얗게 덮어주어 기분 좋았다. 하지만 현재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회색빛이 되었다. 무엇이 문제여서 이런 사태가 생길까? 문제의 핵심을 찾자는 말도, 문제에 매몰되면 해답을 찾지 못한다는 말도, 어째 맘에 와 닿지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가을에서 겨울을 거쳐 봄으로 가는 환절기면 으레 찾아오는 감기. 일반인에게는 감기와 독감의 구분이 불분명하지만, ‘약을 먹으면 일주일 만에 낫고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은 감기(感氣, cold)다. ‘오래되어도’ 늙은 채로 남아있다는 감기와는 달리 독감(毒感, flu)은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폐렴(肺炎, pneumonia)으로 진행되니 상당한 차이가 있다, ‘Discovery’ 채널에서 본 독감 영상을 시청하고 추가자료를 찾아 정리해본다.

‘독감’이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영향을 미치다’라는 라틴어 ‘influenza’에서 유래된 이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와 일으키는’ 현상들을 상상해보자. 우선, 모든 동물은 ‘작은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cella)에서 유래된 ‘세포(細胞, cell)’라는 기본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체내 진입에 성공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세포의 벽을 뚫고 내부로 ‘침입해’ 들어간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세포 크기의 1천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고, 세포를 숙주(宿主, host)로 삼아 작업을 한다. 혼자서 증식할 수 없는 바이러스는 세포의 단백질 합성 프로세스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복제시킨다. 그 숫자가 일정 수준이 되면, 숙주 세포가 터지면서 복제된 바이러스가 대량 방출된다.

체내에 유입된 바이러스가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면 엄청난 숫자의 정상세포가 동시에 망가지므로, 숙주동물의 상태는 말로 표현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숙주동물의 몸 밖에서도 일정 시간 생존할 수 있는데,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 표면에서도 하루 정도 생존한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만지는 것의 표면에 늘 존재하는 유분과 수분이, 바이러스에게는 생명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영하의 온도에서는 동면 상태로 장기간 생존하지만, 56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그 기능을 상실한다고 한다. 물론 고온으로 온도를 올리는 데는 열처리 시간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우유의 살균법(61도 30분, 72도 15초, 138도 2초)으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하는 데는 백신(vaccine)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멸균 처리한 계란’에 주입하면 바이러스가 복제 프로세스를 시작하지만, 이렇게 복제된 바이러스는 특이하게도 무기력해져 이를 백신으로 만든다고 한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은 다음 해에 창궐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제약회사들이 백신 생산에 들어간다. 멸균계란을 사용하는 백신 제조법은 적정 분량을 생산하는 데 6개월씩이나 걸리고, 생산된 백신은 타깃으로 삼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만 유효하다는 제약이 따른다. 아주 드물게는 백신 때문에 독감에 걸린다고도 하니, ‘마스크 착용·침 뱉지 않기, 손 씻기, 손이 닿는 각종 표면을 깨끗이 세척·살균’하는 등의 개인별 위생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리라 본다.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독감은 특이하게도 조류독감(avian influenza, H5N1)이었고, 2009년 3월 멕시코·한국·미국에서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는 돼지독감(swine flu, H1N1)이었다. 어느 샌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게끔 변형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섭취한 고기(meat)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피나 분비물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과학적 관점이지만, 행정적 관점에서는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숙주동물을 모두 죽이는 살처분을 하고, ‘신종플루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돼지의 수입을 금지해 감염을 억제할 수도 있다.

해마다 독감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매년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함에도 무엇이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만들고 있을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을 확률은 도대체 얼마인가? 우리들 관심 밖 세상에서는 다음의 어두운 특성이 존재한다.

미국의 거대 동물공장에서 숨 쉴 틈 없이 빼곡하게 길러지는 닭, 분뇨의 비위생적 처리 및 환기불량, 동남아 재래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금류 현장 도축과 그 공간에서의 날고기 유통, 사육 환경과 고기유통 환경에서는 개인위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비위생성’이 존재한다. 그러한 비위생성을 해결하라고 변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계속 출몰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제는 필요하다. 이전에는 어떤 시도들이 있었고 그 결과들이 어떠했는지를 찾아보고(search) 다시 찾아보는(re-search) 것도 필요하다. 불현듯 ‘Minority Report’의 톰 크루즈가 생각난다.

공영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한국재료학회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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