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지성(智性)이 필요한 때
정직한 지성(智性)이 필요한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3.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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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과 이웃한 우리나라도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대구와 경북 지역이 정말 걱정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신천지의 비협조 등으로 초기 대응에 발목이 단단히 잡혔다. 하지만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내야 한다. 향후 1~2주가 가장 고비일 수도 있으니 개개인이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되도록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려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들이 너무 애처롭고 눈에 밟힌다.

장인어른의 기일을 며칠 앞두고 산소에 다녀왔다. 산소는 천안공원묘역에 위치해 있다. 어제는 3·1절이었다. 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된 아우내 장터가 이곳 가까이 있다. 유관순 열사(이하 ‘유관순’)는 조선의 잔 다르크라 불리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이화여고 1학년에 다니던 17세 꽃다운 소녀였다. 3·1운동으로 휴교하자 고향으로 내려간 유관순은 아우내 항일운동에 앞장서 만세를 외치다가 체포되어 옥중에서도 만세운동을 펼쳤다. 일제 고문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결국 빛나는 투쟁 중에 순국했다. 유관순은 분명 이 시대 우리의 영웅이다.

사람 본성을 아는 것보다 더 살피기 어려운 것은 없다. 선과 악은 이미 구별되지만 감정과 외모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외모가 온화하고 선량하나 실제로는 매우 간사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외관상 공손하지만 속으로는 음험하다. 또한 어떤 이는 용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하고, 어떤 이는 최선을 다하는 듯하지만 실은 불충하기도 한다.

나라가 시끄럽고 특히 내 주위도 어수선하다. 편안하게 지내려면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그게 누구일까. 사람마다 약간 다를 수는 있지만, 돌아보면 젊고 힘이 있을 때는 충신(忠臣)으로 살 수 있었다. 나름 눈치 안 보고 소신껏 말하면서 패기 있게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위도 돈도 게다가 끗발도 떨어진 노년에는 어떨까. 좀 더 편안하고 쉽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려면 “약간은 간신(奸臣)스럽게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려면 부단한 연구와 끈질긴 노력, 그리고 속으로 삭히며 참아내는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공자의 간신 유형론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이고, 둘째,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이고, 셋째,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이며, 넷째,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이다. 마지막으로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이 다섯 가지 유형에 속한 자들에게는 ‘진실이 없다’는 점이 공통된다. 이들의 행위는 속임수 투성이며 리더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고 선한 이들을 잘못된 길로 빠뜨린다. 그래서 간신은 그 싹이 보일 때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잘라 버려야 한다.

현대사회처럼 자기 이익 추구를 인정하는 환경에서는 충신과 간신을 식별하기가 더 어렵다. 한 사람을 간신으로 단정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말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이득만을 채우려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오직 윗사람의 은밀한 뜻만 살피려는 간신은 사회악이다. 간신이 설치지 않는 환경 조성은 고스란히 리더의 몫이다. 무엇보다 리더가 눈이 밝고 귀가 밝아야 한다. 그것이 총명이다. 말을 하면서 옳고 그름은 따지려 하지 않고 오직 윗사람 비위만 맞추려고 하는 사람, 두말할 것도 없이 간사한 자다.

역사를 둘러보면 숱한 간신들이 나라와 사회를 망치고 백성들에게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 그 가운데 일부는 천수를 누렸지만 그들 모두 역사의 응징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간신의 망령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주변 사람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 그게 유능한 리더의 덕목 아니겠는가. 그냥 손 놓고 지켜보기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깝고 피해의 상처도 심각하다. 그래서 목하 고민 중이다. 암울한 시기일수록 정직한 지성이 필요하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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