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 학생을 지키자!
학교보다 학생을 지키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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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 위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나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교육부의 유·초·중·고 개학 1주일 연기와 휴업 조치는 사실상 처음이다. 휴업 중 교사의 학교 근무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휴업 기간에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출근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이라 전 공무원이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교사들이 걱정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1년 전 신종플루 사태 때도 교사들은 방역장비도 없이 아이들의 체온을 쟀었다. 십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학생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접촉자나 의심자를 넘어 0.1%라도 전염 가능성이 있으면 교사는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도 교사가 물리적 공간만 지키려고 학교에 나오는 것은 소모전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나 교육부, 교육청의 공무원들이 지금 고생하면서 근무하는 것과 교사가 휴업 중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양상이 다르다. 일반 공무원들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근무하지만 교사가 지켜야 할 대상은 날마다 대면접촉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다.

지금은 학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학생들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잘 지켜서 개학 후에 학생들과 건강하게 만나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 국가공무원인 교사의 책무이다. 만약 개학 후 교실에서 전염과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이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현재 학교는 교실에서 학생을 직접 접촉하지 않는 교장, 교감 등 관리직만으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그래서 교사의 휴업 중 근무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야 한다. 충분히 건강에 자신이 있고, 전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고, 개학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에만 교사의 개인적인 출근이 가능하다. 개학 후 학생들을 잘 만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 말이다.

물리적인 공간만 지키고자 출근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교사는 대한민국의 어떤 공무원들보다 학생들과의 대면접촉이 가장 많은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만일 개학한 학교 현장에서 교사·학생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학교를 폐쇄하고 자가격리 2주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더 이상 교육공무원의 자세를 교사의 근무와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이 교육공무원인 교사의 자세이다.

황진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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