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비우면 편하다
-104-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비우면 편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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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말씀 중에 “아름다운 장미꽃이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을까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어진다”라는 관점에 관한 얘기가 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일 때가 있는데 관점이란 상당히 주관적이어서 각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게 만든다. 한 심리학자가 이에 관해 실험했는데 50가지의 행위와 관련된 실험내용을 보여주고 그중 20가지 정도 실험한 후 자기가 한 실험을 체크하게 했다. 그 결과 실험을 진행한 사람 거의 모두에게서 자기가 하지 않은 실험에도 체크가 되어 있었다. 심리학자는 실험한 것과 체크한 것을 실험자에게 보여주었고,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치 실험한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가 모회사 연구소를 20년 다니는 동안 동료들이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물론 나도 다른 연구원들이 신기했다. 왜냐면 사고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담당한 연구개발을 위해 미팅을 하면 연구원들과 방향이 달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나 또한 다른 연구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이상했다. 당시 연구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지런함을 겸비한 똑똑한 분이었는데 내 연구 결과보고서에 의문점을 달고 연구과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행히 연구결과물은 눈에 보이는 만질 수 있는 플라스틱이고 측정장비로 수치가 나오므로 그 결과만 수긍했다. 입사 후 3년 정도 지나자 연구소장은 “자네가 하는 연구과정은 이해되지 않지만 결과가 좋으니 앞으로 사고만 치지 마라”면서 “마음껏 해 보라”며 격려해줬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회사 전체에서 퍼스널인덱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퍼스널인덱스 테스트는 사람의 성향을 나타내는 테스트로서 그래프로 결과가 나타나는데 연구소에서 나만 빼고 모두 같은 성향이었고 나는 정반대 성향이 나왔다. 사실 동료들이 갑갑하고 말이 안 통했는데, 동료들에게도 내가 갑갑하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었다. 운이 좋아 연구결과물이 상업화가 잘 되었고 회사에서 진급도 빨리 되었다. 이상한 녀석이 진급까지 빠르니 동료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신세가 되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에게서 오는데, 직장상사는 이해와 관계없이 복종만 하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부하직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부하직원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일하게 할 수 있을까?” 연구개발에는 의무, 책임, 권한이 있는데 부하직원에게 의무만 강요하고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던 부하직원에게 의무와 권한을 공식적으로 이양하고 필자는 결과물에 대한 책임만 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과거 연구소장이 내게 했던 것처럼. 그날부터 날듯이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 부하직원의 연구개발 몰입도가 100%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다. 하나의 머그 커피잔을 바라보고 마주 앉아 얘기하면 손잡이 위치에 따라 다르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보이는 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를 더 먹을수록 이해력은 좋아지는 것 같다. 창업한 지 만 9년이 지난 지금은 부하직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부분만 조언해주고 업무에 대한 의무와 권한을 모두 줬기에. 마음을 비우면 편하다.

임 호 ㈜피유란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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