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상황실 ‘파김치’…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死鬪’
울산 상황실 ‘파김치’… 보이지 않는 코로나와 ‘死鬪’
  • 성봉석
  • 승인 2020.02.25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역학조사·재난문자 안내·회의 보고 준비 등 업무 ‘산더미’직원 17명 총력전, 식사는 배달·퇴근 대신 사무실 쪽잠도 다반사“시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 저지 최선”
25일 코로나19 울산지역 세 번째 확진자의 회사가 있는 북구 진장디플렉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건물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장태준 기자
25일 코로나19 울산지역 세 번째 확진자의 회사가 있는 북구 진장디플렉스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건물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장태준 기자

 

“그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킨 가운데 울산지역 확산 방지를 위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울산시청 제1별관 5층 ‘코로나19 방역대책 상황실’에서 만난 여태익 시민건강과장은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7일째를 맞은 가운데 울산에도 현재까지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울산시는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5일 찾은 울산시청 제1별관 5층. 이곳은 ‘코로나19 방역대책 상황실’이 꾸려진 곳으로, 17명의 직원이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때문에 이날 찾은 ‘코로나19 방역대책 상황실’은 아침부터 지역에서 3번째와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그야말로 초비상 상태였다. 상황실 지휘를 맡고 있는 여태익 시민건강과장을 비롯한 일선 직원들은 이어지는 회의와 현장 조사, 민원 대응 등을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현장에 나간 직원들로 인해 드문드문 비어있는 자리들은 상황실의 바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고, 수시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마치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잇단 회의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앞 둘 무렵 상황실로 복귀한 여태익 과장은 “25일 새벽에 3번째 확진자와 4번째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면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상황실이 꾸려진 이후 37일간 집에도 거의 못 들어가고, 상황실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정부는 매일 오전 8시 30분 중앙사고수습본부 주관 회의를 연다. 회의 주관자에 따라 참석 대상이 다르지만 상황실 담당자인 여 과장은 거의 매일 회의에 배석한다.

특히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하면서 울산시는 25일부터 오전과 오후로 나눠 내부회의를 두 번 열기로 했다.

상황실 직원들은 확진자 발생 시 현장에 나가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재난문자 안내와 브리핑을 위한 자료를 작성한다.

특히 최근 대구와 경북지역 확진자가 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해야해 업무는 더욱 가중됐다.

또한 매일 2명씩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24시간 당직 근무를 실시한다. 근무 후 공식적으로는 하루 휴식이 주어지지만 비상상황에 각자 맡은 업무로 인해 오롯이 쉴 수는 없는 실정이다.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오는 민원전화 대응 역시 쉽지 않은 업무다.

울산시 감염병비상대책상황실.
울산시 감염병비상대책상황실.

 

여 과장은 “업무가 바쁘다보니 식사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게 편하다. 구내식당에 줄서야하는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라며 “업무가 많아 감염병관리팀에 있는 여직원 5명 중 탈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링거까지 맞아가면서 업무 수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도 따라오는 비난이다.

여 과장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려면 우선 확진자의 기억을 토대로 직원들이 CCTV와 카드사용내역 등을 확인해 동선을 맞춰야 한다. 기억에만 의존해 엉터리로 발표하면 그 피해가 심각하므로 확인 작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동선을 발표해도 오히려 ‘이 따위 내용을 왜 보내냐’는 등 항의전화가 오기도 한다. 시민들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첫 확진자 동선 공개 당시에는 시민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동선을 파워포인트로 정리한 뒤 시 홈페이지에 게시했으나 오히려 이 때문에 홈페이지가 파일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여 과장은 “저를 비롯해 상황실 직원들이 누가 강요해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을 위해 공무원으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다만 걱정되는 것은 확진자가 지금 보다 더 늘어나서 10명 이상이 되면 여건상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인력 증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들께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반드시 지키고, 의심 증상이 있을시 ☎1339로 전화해 안내에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성봉석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