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新天地)’
‘신천지(新天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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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천지를 뒤흔들면서 ‘신천지’에 대한 관심도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도대체 ‘신천지’가 뭔데 저리 시끄럽나? 모르던 사람들마저 학습 열기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신천지(新天地)>란 원래 8·15해방 직후인 1946년 1월,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후신 「서울신문」이 그 허물을 벗겠다고 펴낸 시사월간지 이름이다. 그러나 ‘신천지예수교’에서 말하는 ‘신천지’는 신약의 요한계시록 21장 1절에 나오는 ‘신천신지(新天新地)’의 줄임말이니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정식이름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인 신천지 쪽에서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약 계시록이 이루어진 실체다. 그 창조도, 명칭도, 조직도 그러하다. 이는 계시록의 예언이 육신이 되어 나타난 실체들이다.”

그러나 기성 개신교단의 시선은 싸늘하다. 신천지를 정통 가르침에서 벗어난 이단(異端)으로 본다. 여러 해 신천지를 추적하다 법정소송에도 휘말린 CBS(기독교방송)는 지금도 관련 뉴스 앞에 꼭 ‘이단 신천지’라는 굴레를 씌운다. 개신교단 역시 고운 눈으로 볼 리가 없다. 신천지의 교리를 ‘성경에도 없는 자가생산한 교리’라고 일축해 버린다.

그 대열의 선두에 ‘범투본’을 진두지휘하는 전광훈 목사의 ‘한기총’이 있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전 목사는 22일과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그는 “여러분 중에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으면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라고 말해 “신천지와 뭐가 다르냐”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신천지 비판론자들은 이만희(89) 총회장을 자칭 ‘이긴 자’, ‘약속의 목자’, ‘계시의 말씀을 받은 자’, ‘대언자’, ‘보혜사 성령’, ‘재림 때의 예수’라 하는 교주(敎主)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신천지는 “교주는 이만희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고 맞받는다. ‘새 요한’이란 또 다른 별칭에 대해서는 “계시록 10장의 ‘열린 책을 받아먹은 자’의 실체는 새 요한 곧 신천지 대표”라는 지론을 내세운다.

세인의 입에 ‘신천지’가 계속 회자되면서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기록들에 의하면 그는 1931년 9월 15일, 경북 청도군 풍각면 현리에서 태어났다. 현리마을이 신천지 3대 성지(聖地) 중에서도 으뜸 대접을 받는 이유다. ‘미용봉사단’ 활동이 청도지역에서 활발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천지 맛디아지파’ 블로그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1984년 3월 14일, 신흥교단이 등장했다. 작은 체구에 나이도 지긋한 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성경처럼 기탄없이 성경말씀을 전했고,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말씀을 인정하며 하나둘씩 모여들었다.…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님은 하나님과 예수님의 뜻대로 추수하여 하나님의 새 나라 새 민족 신천지 12지파를 창설하였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신천지를 이단이라고 생각한다. 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에서 신천지를 반국가·반사회·반종교라고 소문냈기 때문이다.” 이를 뒤받치듯 내놓은 것이 <신천지 정통교리와 부패한 한기총 이단교리 비교>란 책자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시끄러워지자 이만희 총회장이 21일 ‘총회장님 특별편지’를 세상에 내보냈다. “금번 병마(病魔) 사건은 신천지의 급성장을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魔鬼)의 짓”이라고…. 신천지가 이단의 낙인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하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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