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떨어져도 통통 날아오르는 공처럼
우리 모두, 떨어져도 통통 날아오르는 공처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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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다. 3월 맞이하게 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벌써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나,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나 모두에게 올 한해 어떤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게 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은 만큼 그 속에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 한해 우리 아이가 마음 맞는 친구,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생님을 만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고 모두 바란다. 되도록 우리 아이가 갈등 상황에 노출되지 않고 일 년을 보내길 바라는 것은 그만큼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갈등 상황이 아이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갈등, 모두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여나 우리 아이가 친구와의 크고 작은 싸움에 휘말리거나 친구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일어나게 되면 부모로서는 어떻게든 그 상황을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아이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 주고, 좋은 해결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은 갈등 상황으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갈등을 겪는 것도 또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도 바로 아이의 몫이라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부모의 마음이 더 애가 타고, 아이를 위해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어, 아이의 갈등 상황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당연히 아이들 간의 문제라 하더라도 친구 간의 힘의 균형이 깨어진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든지, 지속적인 학교 폭력이 이어진 경우라면 당연히 적극적인 개입으로 아이가 겪는 갈등 상황을 함께 해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끼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갈등 상황까지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슬기롭게 상황을 풀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갈등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갈등이 학교생활 속에서만 겪는 일시적인 성장통이라면 어른들이 나서서 그 상황을 모면하게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인생에서 끊임없이 겪어야 할 순간순간이 바로 갈등이다. 갈등은 우리 삶의 일부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친구와의 다툼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며, 친구의 잘못을 품어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도 필요하다. 또 때로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할 말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나 또한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았을 때, 친구와의 갈등을 내 힘으로 풀어낸 경험이, 또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불편한 마음을 잘 견뎌낸 경험이 어른이 되어서도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다.

정현종 시인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의 시 구절을 읽으며 아이들에게도 갈등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내공을 길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 살아 봐야지/ 너도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우리 아이들이 탄력의 나라의 왕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크고 작은 갈등 상황에서도 스스로 이겨낼 내공을 단단히 갖춘 말랑말랑한 공이 되어 다시 가볍게 떠올라 한 뼘 한 뼘 더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스스로 인간관계의 균형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줄 따뜻한 마음을 넉넉히 준비해 두고, 지긋이 지켜봐 주는 어른들의 마음을 갖추어야겠다고 나 스스로도 생각해 본다.

강미연 유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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