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날리기 금지, 민간단체로 이어지길
풍선 날리기 금지, 민간단체로 이어지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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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울주군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모든 행사에 ‘풍선 날리기’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풍선 날리기’와 관련해 인터넷을 뒤졌는데 35년 전쯤 재앙 수준의 행사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은 이렇다. 1986년 9월, ‘클리블랜드 유나이티드 웨이’라는 자선단체 소속 회원 2천500여명이 미국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풍선 150만개를 하늘에 띄워 보낸 내용의 언론 보도였다.

회원들이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 위해 헬륨 가스를 채워 넣은 풍선 150만개를 동시에 날려보낸 것이다. 하늘을 뒤덮으며 장관을 연출했지만 잠시 후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시작됐다. 클리블랜드 전역으로 퍼진 풍선은 ‘쓰레기 비’가 되어 온 도시를 오염시켰다. 공항 활주로는 바람 빠진 풍선으로 뒤덮여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다. 또 날아간 풍선은 인근 호수까지 뒤덮었다. 공교롭게도 그곳에는 구조 대원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2명이 있었다. 구조 대원은 실종 신고를 받고 호수로 출동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실시됐지만, 끝내 구조에 실패했다. 호수를 뒤덮은 풍선 때문에 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환경오염은 물론 인명피해로 이어진 사례다.

이처럼 대규모로 풍선을 날리는 행사는 거의 없지만 수천 수만 개의 풍선 날리기 행사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 ‘풍선 날리기’를 하는 것은 하늘을 수놓는 풍선의 화려한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새해 첫날에도 다수의 해맞이 명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품고 풍선을 날렸다. 새해 풍선 날리기 행사는 올해 언론에 보도된 것만 130여건, 날린 풍선은 2만 개가 넘는다.

그런데 풍선 날리기가 환경 및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언론 보도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행사 자제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늘을 떠가던 헬륨 풍선은 결국 터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땅이나 물로 떨어진 고무풍선은 잘 썩지 않아 곳곳에 쓰레기로 남는다. 풍선이 자연 분해댈 때까지 최소 4년에서 2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에 떨어진 풍선 조각은 평균 5년 정도 어류나 조류에 노출되는데 고무풍선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한 조류, 물고기 등 야생동물들의 피해 건수도 계속 느는 추세다.

물속에서 허둥대는 바다거북을 구조해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풍선 줄로 꽁꽁 묶인 상태였고, 식도에선 1m 넘는 길이의 풍선 줄이 나왔다. 한 부엉이는 날개에 풍선 줄이 묶인 채 매달려 있고, 목에 풍선 줄이 걸려 심한 상처를 입은 물개 등 수많은 피해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2015년 암스테르담을 시작으로 많은 도시에서 풍선 날리기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페인 지브롤터 등 여러 지방정부에서도 풍선 날리기 행사를 하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과 산하기관 행사에 풍선 날리기를 전면 금지했고, 최근 울주군이 행사나 축제에서 ‘풍선 날리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친환경 정책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울주군은 올해 간절곶 해맞이 행사에서 물에 녹는 친환경 재질로 제작한 ‘소망비행기’ 날리기 행사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더 좋은 삶을 소망하며 하늘로 날려 보낸 풍선이 역설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유사시 인명피해까지 입힐 수 있다는 것은 오하이오주의 사례로 충분하다. 울주군이 선언한 ‘풍선 날리기’ 금지가 울산의 전 지자체로 전파되고,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차제에 공공기관만이 아니라 민간단체까지 동참하는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박선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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