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극복에 종교계도 협력해야
코로나 사태 극복에 종교계도 협력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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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19일 대구·경북에서 무더기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슈퍼전파 사건’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울산시교육청은 20일 오전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아직은 ‘경계’ 단계인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여기고 위기를 관리하기로 했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이면에는 ‘31번째 확진자’인 60대 여성 A씨의 개인적 부주의가 결정적 악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슈퍼전파 사건’이란 말도 작금의 상황이 A씨의 ‘사건성 행동’에 기인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지역사회 감염의 단초를 제공한 A씨는 전국으로 교세를 넓히고 있는 신천지 대구교회의 신자다. 20일 경북 청도의 확진환자 2명도 신천지교회의 미용봉사단 활동과 유관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론도 나오는 판이다. 이날 오전 권영진 대구시장은 하룻밤 새 늘어난 확진환자 30명 가운데 23명이 A씨가 다니던 신천지 대구교회의 발생사례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확진환자 35명 중 28명이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녀간 신자들이라며 이 교회 예배 참석자는 물론 청도 대남병원 방문자도 대외활동을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더 놀라운 것은 2월 중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두 차례(2월 9일·16일)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신자 1천1명 중 90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호소했다는 사실이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전화를 받지 않은 신자 수백여 명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절실한 것은 이 종교단체의 신속한 자율조치라고 본다. 울산지역 신천지교회의 한 간부신자는 20일, 당분간 ‘교회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신할 것이며 이는 교단본부의 지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대국민 성명 한마디 없어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이런 때는 정부당국이나 전문가의 말을 믿고 따는 것이 상책이다. 이번 사태가 전체 국민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곧 신천지 대구교회에 폐쇄를 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은경 질본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대구교회 폐쇄에 그치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스스로 선제대응에 나선 종교단체도 있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9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긴급지침’을 통해 다음달(3월) 5일까지 약 2주간 미사와 각종 행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을 따르는 곳은 대구와 경북 구미·김천·포항·경주에 있는 160개 성당과 대교구 내 모든 기관, 학교, 수도회들이다.

이 시점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와 유사한 지침을 코로나19의 위협에 직면한 전국 모든 도시의 종교단체들이 자율적 논의를 거쳐 선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에는 교회와 성당, 사찰 할 것 없이 울산지역의 모든 종교단체들도 동참했으면 한다. 울산시민과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종교시설도 더 이상 성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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