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생활SOC 복합화사업
기대되는 생활SOC 복합화사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2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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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남구 무거동 약속장소로 갔다가 주차할 곳이 없어 한참을 헤맨 적이 있었다. 주변에 주택가, 음식점, 주점이 밀집해 있어서 그런지 공영주차장까지 만차(滿車)였기 때문이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지인에게 이런 어려움을 말했더니 근처 학교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듣고 어느 초등학교 주차장을 찾았더니 다행히 차를 세울 여유공간이 있었다. 특히 요즘은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 위·주변 10m 이내는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주차할 때마다 신경이 쓰였는데, 이날만은 마음 편히 차를 세울 수 있었다.

학교시설이 주간에는 학생들의 학습공간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야간에 주민들의 주차공간으로 개방해준다면 교통질서 확립,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이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는 주민들이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시설을 생활체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도 아니다.

바로 이러한 모습들이 ‘생활SOC’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SOC(=Social Overhead Capital)’란 일상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용어다. ‘사회간접자본’을 뜻하는 말로,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도로,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가 모두 SOC에 해당된다. 이는 생산과 소비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자본재다. 온라인 자료를 인용하면 ‘생활SOC’는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적 기반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를 ‘복합화’한다는 것은 제각각의 기능을 가진 시설들을 연계시설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울산시가 선언한 바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천92억원(국비 223억원, 지방비 869억원)을 들여 옛 울주군청사 복합개발사업, 공관어린이집 복합개발사업 등 20개 생활SOC 복합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선언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시설에는 생활문화센터 5곳, 작은도서관 4곳, 국공립어린이집 2곳, 주거지주차장 2곳, 가족센터 2곳, 다함께돌봄센터 2곳이 있다. 그밖에 공공도서관, 국민체육센터, 근린생활형 소규모체육관도 1곳씩 포함된다. 이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국무조정실 생활SOC추진단 및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평가한 후 사업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한 시설들이다.

이러한 시설을 구축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주민들의 수요(욕구) 충족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주민이 복합화시설에서 간단한 민원서류를 발급받은 다음 영화나 연극을 관람하고 교양강좌도 듣고 싶다면 이 일이 복합화시설에서는 원스톱으로 가능해진다. 저녁에는 주차난 걱정 없이 이 시설의 주차공간에다 차를 세우면 된다.

이런 복합화시설의 모든 기능들을 주민들이 망설임 없이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어떤 시설이 들어선 것 같은데 내가 이용해도 되는지, 내가 유용하게 이용할 기능은 있는지” 하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얘기다.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클 것이다. 자신과 가족들이 직접 이용할 시설이기 때문이다. 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므로 지자체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시로,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의 자문도 구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만큼 내진설계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유사시에 재해대피소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주민들도 공사로 인한 불편사항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아량도 베풀 수 있었으면 한다.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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