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개장 여파… 울산 중소가구업체들 ‘망할 판’
이케아 개장 여파… 울산 중소가구업체들 ‘망할 판’
  • 김원경
  • 승인 2020.02.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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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성가구거리 주말 손님 60% 이상 줄면서 ‘한산’매출 절반 차지하던 신혼부부 고객 대거 이탈 우려“삼산 초대형 매장에 40% 뺏기고, 이케아에 또 타격”
18일 울산 중구 학성가구전문거리가 이케아 동부산점의 개장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준 기자
18일 울산 중구 학성가구전문거리가 이케아 동부산점의 개장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태준 기자

 

“이게 죽지 못해 사는 거지… 자본 틈에 껴서 영세 상인들은 이제 다 죽는 겁니다”

‘가구공룡’ 이케아 동부산점이 개장하면서 울산지역에서도 중소가구업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오전에 찾은 울산시 중구 학성가구전문거리. 일대는 약 1k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중소가구매장이 즐비해있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49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케아 동부산점이 울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13년째 학성동 가구매장 운영하고 있는 김지열(57) 씨는 “2016년 이케아 광명점 오픈 이후 국내 브랜드가구업체들도 본사직영체제 독과점형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며 “그 여파로 중소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 힘든 시기에 부산 이케아까지 들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생 불가다”고 토로했다.

학성가구거리는 1970년대 성남·옥교동 일대에 있던 가구점들이 1980년대 지가가 저렴하고 넓은 매장마련이 용이한 학성동으로 옮겨오면서 형성됐다. 2~30년 전만하더라도 울산사람 혼수는 학성동에서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성황을 이뤘지만 2000년 전후 남구 삼산동에 가구매장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최근 5년간 대형 가구매장들이 입점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어왔다.

여기에 조립형 저가가구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이케아가 부산에 입점하면서 그동안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신혼부부 고객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돼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학성가구전문거리 상인회 차부길 총무는 “최근 3~4년 새 삼산에 초대형매장들이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깔때기처럼 빨려나갔다. 이전에 비해 매출이 40% 준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이케아까지 오픈하면서 지난 주말 손님이 60% 이상 줄었다. 이제 영세상인은 다 죽고 자본력 뒷받침되는 브랜드 대형매장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어 “광명 사례를 보면 이케아는 인근 국내 대형가구매장까지 문을 닫게 할 정도로 힘이 막강하다”며 “울산뿐 아니라 창원, 마산, 경남권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케아 광명점과 기흥점을 인접에 두고 있는 수원시가구거리는 이케아 입점 전보다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수원시가구연합회 박상훈 사무국장은 “광명점 입점 후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며 “가구점은 한번 자리 잡으면 폐점이 쉽지 않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업체 수는 줄지 않았지만 운영주가 자주 바뀌고 있고, 이는 ‘망하고 인수하고, 인수하고 망하고’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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