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죽지 못해 사는 거지… 자본 틈에 껴서 영세 상인들은 이제 다 죽는 겁니다”
‘가구공룡’ 이케아 동부산점이 개장하면서 울산지역에서도 중소가구업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오전에 찾은 울산시 중구 학성가구전문거리. 일대는 약 1k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중소가구매장이 즐비해있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49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들은 이케아 동부산점이 울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13년째 학성동 가구매장 운영하고 있는 김지열(57) 씨는 “2016년 이케아 광명점 오픈 이후 국내 브랜드가구업체들도 본사직영체제 독과점형태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며 “그 여파로 중소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이 힘든 시기에 부산 이케아까지 들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생 불가다”고 토로했다.
학성가구거리는 1970년대 성남·옥교동 일대에 있던 가구점들이 1980년대 지가가 저렴하고 넓은 매장마련이 용이한 학성동으로 옮겨오면서 형성됐다. 2~30년 전만하더라도 울산사람 혼수는 학성동에서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성황을 이뤘지만 2000년 전후 남구 삼산동에 가구매장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최근 5년간 대형 가구매장들이 입점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어왔다.
여기에 조립형 저가가구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이케아가 부산에 입점하면서 그동안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신혼부부 고객들이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돼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학성가구전문거리 상인회 차부길 총무는 “최근 3~4년 새 삼산에 초대형매장들이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깔때기처럼 빨려나갔다. 이전에 비해 매출이 40% 준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이케아까지 오픈하면서 지난 주말 손님이 60% 이상 줄었다. 이제 영세상인은 다 죽고 자본력 뒷받침되는 브랜드 대형매장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어 “광명 사례를 보면 이케아는 인근 국내 대형가구매장까지 문을 닫게 할 정도로 힘이 막강하다”며 “울산뿐 아니라 창원, 마산, 경남권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케아 광명점과 기흥점을 인접에 두고 있는 수원시가구거리는 이케아 입점 전보다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수원시가구연합회 박상훈 사무국장은 “광명점 입점 후 매출이 30% 정도 떨어졌다”며 “가구점은 한번 자리 잡으면 폐점이 쉽지 않아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업체 수는 줄지 않았지만 운영주가 자주 바뀌고 있고, 이는 ‘망하고 인수하고, 인수하고 망하고’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