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교육의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다
이젠 교육의 양보다 질을 생각할 때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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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자 울산시교육청 정기인사를 보면 아직도 무능한 관료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육 혁신을 하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인사가 만사라 하기에 먼저 시교육청 인사에 대한 언급부터 해본다.

울산시교육청은 일종의 관료조직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스스로 개혁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지적한 바 있다. 울산시 교육감이 학생 중심의 수업과 교육격차 해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출발부터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혁신’이니 ‘민주사회’니 하는 과 이름만 들어가고 사람은 그대로인 경우가 전형적인 본보기 사례일 것이다.

보조강사가 지원하는 기초학력 연구 선도학교도 다르지 않다. 늘 하는 연구학교 방식, 이젠 그만 접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쇼 같은 방식은 이제 그만두자는 것이다.

그 다음은 학력에 대한 일반적인 말을 꺼내 보려 한다. 학력의 차이는 결국 빈부의 차이가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빈부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로 나타나는 현상을 제대로 막지 못하다 보니 이제는 교육적 불평등이 공공연하게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입시제도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발상만으로는 이전의 교육과정에서 누적되어온 불공정을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가 없다. 오히려 공정해 보이는 입시제도일수록 이전의 불공정을 더욱 유지시키고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지난번 논란 끝에 결정된 수능 확대가 바로 그런 사례다. 타고난 교육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들의 학력차이를 학교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상쇄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국은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예산집행이 절실하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울산시교육청도 2020년 예산 편성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관심을 두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짙다. 특히 초등학교의 수학적 사고 향상, 문장 이해력 증진 역시 투자가 시급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한글 해독 능력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 진정한 문해력이 빈부의 차이에 의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이것을 초등학교에서 바로잡지 않으면, 그 격차는 평생 동안 벌어져 있을 것이고, 결국은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현상이 더 깊어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기획재정부나 감사원은 학령인구의 감소 등을 이유로 유·초·중등학교에 들어가는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균등하게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경제력 차이 때문이라면 이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교육재정은 더 늘이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

황진택 현대중학교 교사·울산교사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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