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마을 편지]‘옹기’라는 이름
[옹기마을 편지]‘옹기’라는 이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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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甕器)의 이름은 다양하다. 항아리 하나를 놓고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항아리’라 하거나 ‘독’이라 하거나 ‘장독’이라고 하고, 그냥 ‘옹기’라 하기도 한다. 장을 담근 항아리를 가득 모아놓은 것을 장독대라 부르듯이 항아리를 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항아리, 독, 장독, 옹기 모두가 항아리를 일컫는 같은 말이고, 이 모두를 합쳐 옹기로 통용되기도 한다.

자기(瓷器)가 양반과 귀족의 전유물로 전국 판매망을 갖추고 기명이 표준어로 통일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서민들의 그릇인 옹기는 지방단위 판매망을 갖추고 있었고, 기명이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않았다. 옹기를 만드는 방식도 경상도권, 전라도권, 경기도권에 따라 다르고 형태도 약간씩 다르다 보니 지방 사투리가 많았고 기명도 복잡했다. 예를 들어 물동이를 ‘물동우’, ‘물동의’라 부르는가 하면 항아리 형태의 물두멍(물동이 크기의 2배~3배)을 ‘물두무’라 부르기도 한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란 말 속의 뚝배기를 ‘투가리’, 세숫대야를 ‘세수소래기’라 부르기도 하고, 젓독을 ‘젓도가지’, 깔때기를 ‘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름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장군도 있다. 장군은 액체류를 운반하는 용기로 술을 담으면 ‘술장군’, 물을 담으면 ‘물장군’이 되고, 세워놓은 장군은 ‘설장군’, 뉘어놓은 장군은 ‘뉠장군’이라고도 부른다.

옹기는 서민들의 그릇이다. 그러다 보니 학문적으로 조명된 적이 별로 없고, 옹기 관련 책도 몇 가지 밖에 안 나와 있으며, 그것조차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똑같은 형태를 두고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항아리에 벌레가 기어들어가지 말라고 전 밑부분에 날개처럼 달아놓은 항아리를 경상도에서는 ‘겹옹기’라 부르지만 전라도에서는 ‘겹오가리’라 부른다. 경상도에서는 술을 증류시키는 용기를 ‘소줏고리’라 부르지만 전라도에서는 ‘고조리’, 제주도에서는 ‘고소리’라 부른다.

항아리 하나를 놓고도 크기에 따라 작은 것을 ‘좀두리’, 중간크기를 ‘중두리’, 큰 것을 ‘대옹(大甕)’이라 부르는가 하면 ‘소항(小缸)’, ‘중항’, ‘대항’이라 부르기도 한다.

도자기와 명칭이 같은 것도 있으나 옹기에서만 사용되는 명칭도 있다. 대접의 큰 형태를 ‘발’이라 하고, 작은 항아리에 귀때를 붙인 것을 ‘간장단지’라 부르며, 액체류를 담아 옮기는 용기를 ‘장군’이라 부르고, 제주도에서는 물을 길어 나르는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허벅’이라 부른다. 원통형 작은 항아리 밑부분에 구멍을 뚫어 문어 잡이에 사용하는 것을 ‘문어단지’, 목이 긴 병을 ‘앵병’이라 부르며, 작은 단지를 서너 개 붙인 것을 ‘양념단지’, 굴뚝용 연통 위에 올리는 것을 연가(煙家)라 부르는 등 이루 다 소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과거에는 물독·쌀항아리·물동이 등의 주방용기, 사발·접시·종지 등의 식기류, 술단지·술병·향로·향합 등의 제례용기, 벼루·필통 등의 문방구, 장군·동이·허벅 등의 운반용기, 항아리·젓독 등의 저장 발효용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용기는 옹기로 만들어졌다.

옹기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항아리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옹기를 만드는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항아리 중간 밑부분까지의 형태가 발의 형태이고, 중간부분 조금 위까지의 형태 즉 전이 조금 오목한 형태가 물동이이며, 중간부분의 위부터 가늘게 목을 만들면 병 모양이 된다. 밥그릇, 국그릇은 발의 작은 형태이다. 항아리의 목을 낮게, 입구를 작게 만들고 주전자의 주둥이 역할을 하는 귀때를 붙여주면 부엌 한켠에 두고 식초를 발효시키는 초병(식초병)이 된다.

이처럼 옹기의 명칭은 형태에 따라, 용도에 따라, 지역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하다.

김미옥 울산옹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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