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지구적 재앙 앞에 마주선 자화상
-102-지구적 재앙 앞에 마주선 자화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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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랐다. 질병의 공포와 죽음,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이별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절망을 마주한 사람들의 갖가지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재앙으로 지옥이나 다름없이 변한 프랑스 오랑이라는 마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설 연휴 이전에 터져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지금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발병의 진원지였던 중국 우한시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도로가 텅 비어있고 시민들은 집안에서 출입을 제한받고 있다. 마치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오랑시의 모습 그대로이다. 장강삼협의 종착지로 장강과 한수가 합류하는 교통, 문화, 경제의 중심도시였던 우한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더 장기화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고 폐허가 될지도 모른다. 거대한 도시 하나가 전염병으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인간의 오만함으로 세상 만물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점령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피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무자비한 확산을 최대한 막고는 있지만 언제 그 둑이 터져버릴지 조마조마하다.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엄청난 피해가 밀려오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소비에 위축되지 말라”고 호소하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줄 수는 없다. 그 이전부터 한국경제가 위태롭다고 체감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다녀간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거의 폐업 수준이라고 하니 이번 사태가 얼마나 위중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리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생겨난 특별한 유형의 시각이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국민 모두가 불안에 움츠러드는 상황에서 방관자적 시각을 가지고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일본인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극대화하는 현상도 여기에 속한다. 터무니없는 인종적 혐오주의로 중국인에게 비난을 쏘아대는 일본인의 시각을 우리나라 국민도 일부 가지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새로운 질병은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방어할 수는 없다. 물론 진원지가 중국이긴 하지만, 인류 공동의 재앙 앞에서 가장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휴머니즘에서 벗어난다.

동남아에 홍수가 범람하면서 농작물이 부족해지니 다른 나라의 곡물상인들이 쾌재를 불렀던 것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마스크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매점매석을 한 일부 사람도 이 곡물상인과 다를 바 없다. 어느 도시에 확진자가 몇 명 발생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었다느니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구 공동체가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비켜 앉아 자신의 잇속을 챙기거나 방관자적 입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기를 바라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하루빨리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영역을 야금야금 넓히고 있는 바이러스의 길목을 공동으로 대응하고 차단해 위기를 넘겨야 한다. 그리고 국가적 통제를 굳게 신뢰하고 따라줘야 하며, 국가는 정보를 모두 공개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어떤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저항의 바이러스도 함께 가지고 있지 않던가.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다.

초금향 떡만드는앙드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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