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 2’의 노르웨이 ②
영화 ‘겨울왕국 2’의 노르웨이 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2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참을 산꼭대기로 올라가 깊은 산속에 있는 론다네 국립공원에서 잤다. 물이 부드럽고 온천수처럼 좋았다. 6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니 찬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작은 연못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가문비나무 사이로 운무가 깔리자 먼 산의 석회암 바위가 마치 눈처럼 뿌옇게 보였다. 도로에 나온 야생 여우를 처음 보았는데 신기했다. 뒤를 돌아보니 차를 처음 보는지 배웅을 하고 있었다. ‘시인과 여우’라는 책이 생각났다.

넘어가는 길은 터널이 땅굴처럼 되어 있는데다 작은 터널이 수도 없이 이어졌다. 곡선으로 오르막길도 있고 자연 그대로 갈림길도 있다. 이런 터널을 본 적이 없다. 휘어서 뱀처럼 산허리를 돌아 올라갔다. 인간의 편리보다 자연 위주로 길과 터널이 나 있다. 빛의 방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불빛이 지나갔다. 3시간 가까이 터널 안이지만 별로 지루하지 않다.

하당에르 국립공원은 툰드라 지역으로 습하고 나무가 잘 자라지 않는 대고원 지대이다. 베르겐에서 보스를 거쳐 하당에르 브리지를 건넜다. 1951년에 지은 것으로 그리그가 자주 방문했던 포실리 호텔로 갔다. 겉모습과 달리 앞에 보이는 뵈링 폭포는 굉장히 멋졌다. 협곡으로 내리는 폭포를 위에서 감상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 호텔에서 하룻밤을 잤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곳은 금방 어두워지면 비가 쏟아진다. 터널 하나를 빠져나가면 다른 세상처럼 햇빛이 쨍 나면 말간 얼굴로 온통 초록이 눈부시게 빛난다. 모베에서 달래라는 지역으로 오는데 사력댐을 지나면서 에델바이스 같은 작고 하얀 꽃들이 많이 피어있다. 끝없는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먼 곳에 만년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별장촌이 계속 나온다. 전통가옥들은 지붕에 꽃밭을 이고 있다. 온통 분홍 바늘꽃 일색이다. 노르웨이 도로에도 많이 피어 있는데 화산지대에 주로 피는 꽃으로 올라갈수록 색이 짙고 키가 작다. ‘겨울왕국2’ 앞 장면 마법의 숲에 나오는 그 핑크색 꽃이다. 무리지어 피어 있으면 환상적이다.

오따 강은 빙하가 녹아 물살이 빠르다. 늘 안개가 끼어 있고 오따 기차역은 시골 역처럼 자그마하고 노란 집이다. 계곡을 따라 집이 쭉 늘어져 있다. 메사 호수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호수로 언덕 위에 예쁜 목조 집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영화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어딜 봐도 다 그림이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롬 지역은 검은 지붕이 많은데 빛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롬 스타브 교회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지은 교회이다. 용의 머리를 한 모습이 이 시골마을에 굉장히 눈에 띈다. 나폴레옹이 탐낼 정도로 아름다운 교회이다. 살짝 태국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범상치 않다.

비겔란 조각공원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천재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조각 작품을 모아 놓은 곳으로 삶의 온갖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200여 개가 넘는 작품들이 설치된 공원이다. 돌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17m 화강암 탑에 121명의 어린이와 노인이 있다. 이 공원에서 모든 인간군상을 다 볼 수 있다. 입구에는 화난 아이의 동상이 있는데 많은 사람이 폭소를 터트리며 같은 포즈를 짓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슬로에 도착해서 시내로 나갔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까지 이어지는 카를 요한 거리는 대표적인 번화가이다. 왕궁, 국회, 대학교, 국립극장, 더 내려가면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묵는 그랜드호텔이 나온다. 몇 시간을 사진을 찍으며 헤매고 다녔다. 왼쪽으로 꺾어져 200m 정도 가면 오슬로의 심벌이라 할 수 있는 쌍탑 시청사가 나온다. 1층 메인 홀은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으로 이용된다. 대표적인 화가들이 작업한 초대형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 있어 미술관에 온 기분이다.

오슬로 항 동쪽 기슭의 바위 위에 있는 중세의 성채는 아케르스후스 요새와 성이다. 해질녘에 바깥쪽 요새에서는 더욱 아름다운 오슬로 항구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겨울왕국에서 아렌델 왕국의 모델이 된 곳이다. 곳곳에 트롤 인형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다. 엘사와 안나를 돕는 트롤은 북유럽 신화 속 환상의 괴물이 원형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지혜로운 예언자로 등장한다.

엘사를 마법의 숲으로 불러들이는 신비로운 음성은 북노르웨이에서 소를 몰 때 부르는 민요 ‘랄링’에서 가져온 것이다. 노르웨이가 더 뜬 것은 디즈니의 마케팅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외국을 다니면서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도 여느 나라 못지않게 자연과 역사, 스토리가 있는데 홍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윤경 여행큐레이터·작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