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수소도시 울산과 호주 산불
[성주원의 세상보기]수소도시 울산과 호주 산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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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에 발생한 호주 산불이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산불로 인한 연무(煙霧)는 이웃 뉴질랜드는 물론 멀리 남아메리카와 태평양연안까지 퍼졌다. 최근에는 연무가 도쿄만의 먼 바다에서도 발견되면서 호주 산불은 전 지구촌의 문제로 커졌다.

다행히 1월 19일부터 간간이 비가 내리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도 캔버라 남부에서 고개를 든 산불이 닷새째 잡히지 않자 주정부는 31일(현지 시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온건조한 호주의 여름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되는 점으로 미루어 산불은 3월이 지나야 그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와 빅토리아 주 등 호주 남동부 해변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1월 14일 기준, 산불로 소실된 땅은 약 1천860만 헥타르(약 18만6천 평방km)로, 한반도 면적의 85%나 된다니 정말 엄청난 피해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33명을 넘어섰고, 주택 1천300채를 포함해 건물 6천여 채가 모조리 불에 탔다.

전문가들은 동물들도 산불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10억 마리가 넘게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호주의 대표동물인 캥거루와 코알라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산불에서 용케 살아남는다 해도 탈수와 굶주림, 질병에다 천적에게까지 노출되어 먹잇감이 되기 쉽다. 멸종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빠른 생태계 복구가 절실하다.

기록적인 호주 산불의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1910년 이후 평균기온이 섭씨 1도 가량 높아진 가운데 호주는 여름이 점점 더 덥고 건조해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인도양 쌍극화’ 현상에서 찾는다. 지구온난화로 인도양 동쪽-서쪽 바다의 수온차가 심해지면서, 인도양 서쪽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만 동쪽 즉 호주대륙에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호주는 ‘청정국가’라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달리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발표된 ‘기후변화 대응지수’(CC PI) 순위에서 호주는 58개국 중 53번째로 꼴찌 수준이었다. 환경단체들이 ‘기후악당 4개국’의 하나로 지목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호주 최대의 일간지 ‘헤럴드 선’은 지난달 28일 ‘산불 이후, 우린 원자력발전으로 가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CO2 등의 문제로 앞으로는 화력발전소 유지가 어려워진다며, 기존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으로 경제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길은 원자력발전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을 지켜보면 원자력발전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최근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원자력발전이 언젠가는 호주 산불 이상의 재앙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울산의 수소시범도시 지정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한 바람직한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울산은 정부가 주관하는 수소시범도시와 수소융복합단지실증사업 대상에 선정되었고, 경제자유구역 예비후보 지정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울산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에너지 도시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여러 행사들이 취소되는 와중에도 울산시는 2월 26일로 예정된 ‘제1회 울산수소산업의 날’ 기념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울산시는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를 구현한다는 목표 아래 수소전기차 6만7천대 운행, 수소충전소 60기 설치, 수소배관망 200km 구축, 수소연료전지 25 0MW 증설 등 수소산업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소경제가 울산을 위해, 전 지구촌을 위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성주원 한의학박사·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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