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살펴보니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살펴보니
  • 이상길
  • 승인 2020.02.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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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靑, 宋시장 당선 위해 金 전 시장 집중수사 요구”
- 김기현 비위 첩보 능동적 수집 결론

- 청 “수사 보고 이첩 등 불법 없었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청와대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의 비리를 능동적으로 수집하고 경찰에 ‘집중 수사’를 요구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동아일보’가 지난 7일 전문을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수사와 송철호 당시 후보와 청와대의 교류가 ‘선거개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검찰의 시각이 분명히 드러났다.

71쪽 분량에 이르는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공소장에는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첩보를 최초로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은 2017년 9월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문모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당시 통화에서 송 전 부시장은 “이전에 제보한 김기현 시장 등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해결방법이 없나”는 취지로 물었고, 문 전 행정관은 “김기현 관련 다른 것은 더 없느냐. 주변 인물들의 비리를 문서로 정리해 보내 달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전 행정관은 첩보 내용이 적힌 ‘진정서(울산시)’라는 파일을 송 전 부시장에게서 받은 후 경찰 수사 착수 시 우선적으로 진술을 끌어낼 수 있는 대상자의 성명이나 직함, 관련 고발사건 진행 상황 등을 추가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란 첩보서를 만들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는 스마트폰 SNS 메시지를 통해 송 전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비위 첩보를 단순히 요약·편집했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당시 문 행정관은 범죄첩보서 작성이 분장업무가 아니었음에도 이 내용을 편집하고 가공해 범죄첩보서를 생산한 뒤 상급자인 이광철 당시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순차 보고했다.

백 비서관은 이 범죄첩보서를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네주었고 박 비서관은 이를 경찰청에 하달했다. 검찰은 백 비서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위법한 부당한 직무수행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박 비서관도 대통령비서실 내 어느 부서의 권한이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심각한 위법임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봤다.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해 “범죄첩보서 내용의 진위에 대한 검중절차나 첩보출처 등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아니했다”고 서술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기현 울산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던 ‘산재모 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늦춰진 배경에도 송철호 시장쪽의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은 2017년 10월11일께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장환석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만나 산재모 병원의 예타 통과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장 비서관은 ‘산재모 병원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공공병원을 추진하는 게 더 낫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에 송 시장은 장 행정관에게 ‘공공병원 공약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때까지 산재모 병원에 대한 예타 결과 발표를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고, 장 행정관은 이를 수락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송 시장은 그 직후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산재모 병원의 예타 탈락 결과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5월에 발표됐다. 그 사이 송 시장은 장 행정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공공병원 공약을 수립했고, 같은 해 4월 ‘산재모 병원이 아닌 울산형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청와대는 경찰의 수사 보고와 첩보 이첩, 선거과정 전반에 걸쳐 법에 저촉될 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관련 첩보는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경찰에 이첩한 것이고,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청와대는 밝힌 바 있다. 청와대와 송 시장 측은 선거 공약 수립 과정 역시 불법적으로 논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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