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체육회가 가는 길
울산시체육회가 가는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0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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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당선된 민선 울산시체육회장이 공식 취임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체육회 회장 선거는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이뤄졌다. 체육의 탈정치화로 독자적인 체육행정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민선 체육회장이 차지하는 무게, 행사하는 권한은 막강하다. 민선 체육회장은 엘리트체육은 물론 생활체육 분야까지 폭넓게 관장하게 된다. 선거를 통해 정당성까지 확보한 지역 체육계의 명실상부한 수장이어서 그 영향력은 종전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첫 민선 회장을 바라보는 정당과 정치인의 시각은 아주 복잡하고 심란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대리선거가 치러졌다고 한다.

앞으로 울산시체육회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성공하려면 두 가지가 관건이다. 첫째는 정치로부터의 중립, 탈정치화이고, 둘째는 안정적·독립적인 재정 확보이다.

먼저, 체육회의 탈정치화다. 이번 선거로 체육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정치로부터 독립과 자율성 확립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사실, 그동안 울산시장이 체육회장을 겸직함으로써 체육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체육과 정치권력의 오랜 유착을 끊고 자율적으로 체육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민선 첫 회장은 울산체육회 탈정치화의 운전대를 잡았다. 중립을 지키지 않고 체육회와 산하단체를 특정 정당에 줄 세우고, 선거판에 내몰면 그 순간 체육회는 파멸이다. 지방권력의 교체로 인사보복, 정당 간 끊임없는 고소·고발로 이어질 것이고, 파벌로 나뉘어 이전투구장이 될 게 뻔하다. 선거조직으로 활용하고픈 유혹을 이겨내고 오직 체육발전을 위해 헌신할 때 비로소 체육회의 활로가 열린다. 그리고 울산시와의 협력과 존중이 깨어지면 자멸이다. 더욱이 2022년 전국체전을 목전에 두고 있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

다행히, 첫 민선 체육회 회장에 오랫동안 봉사하며 체육발전을 위해 애쓴 기업인이 당선되었다. 시체육회를 그동안 쌓은 풍부한 경륜과 능력을 바탕으로 운영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다음, 독립적인 재정 확보다. 체육회가 탈정치화하고, 울산시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은 안정적인 재정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제3항은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치단체의 예산 사정에 따라 지원한다는 것이다. 체육회 예산이 울산시장이 회장을 겸직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파열음이 클 것이다. 시와 의회의 감독도 강화될 것이다.

예산부서는 예전과 달리 체육예산을 엄격히 심사할 것이고, 체육부서도 무조건 체육회를 지원하는 행태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또, 정기 또는 수시로 시의 감사가 있을 것이다. 시의회도 깐깐하게 심의하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행상황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가감할 것이다.

다행히,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의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위한 법안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체육회의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할 수 없으나 미루어 짐작컨대, 지방체육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비나 체육진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체육회가 성공으로 가는 길은 신임 회장과 체육회 직원들의 정치 중립과 예산 독립에 달렸다. 체육인들은 민선 체육회의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각오로 오로지 체육발전에만 힘써줄 것을 주문한다.

손종학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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