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할머니 학생 51명에 ‘초등 졸업장’
울산 할머니 학생 51명에 ‘초등 졸업장’
  • 정인준
  • 승인 2020.02.0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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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책 읽을 때 가장 행복… 손자들과 상점 가도 계산 척척”
울산중부도서관이 운영하고 있는 문해교육 과정에 할머니 초등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울산중부도서관이 운영하고 있는 문해교육 과정에 할머니 초등학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떠듬떠듬이지만 동화책을 읽을 때 제일 행복하지” “버스도 마음대로 타고, 돈도 잘 거슬러 받아”

5일 할머니 등 늦깍이 공부 초등학생 51명에게 초등학력 인정서가 전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예년처럼 거창한 수여식은 못했지만 각 학교별로 인정서를 개별로 전달했다.

이들은 울산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과정을 이수한 분들이다.

울산지역에는 중구, 남구, 북구, 울주군 4개 도서관과 울산시민학교, 울산푸른학교에서 초등학교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문맹을 깨우치고 수학, 사회 등 기초공부를 가르친다.

이 과정은 3년 과정이다. 3년동안 출결상황도 체크하고, 시험도 치러야 학력을 인정해 준다.

울산교육청 평생교육팀 관계자는 “문해교육 과정은 예비반과 본반이 있는데 늦깎이 공부기 때문에 출결과 같은 참여도가 매우 높다”며 “모두들 못배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력 인정은 6개 학교 학생 54명 중 51명이 받았다. 연령별 학습자 현황을 보면 50대 2명(4%), 60대 11명(21%), 70대 33명(65%), 80대 5명(10%)으로 70대가 가장 많았다. 최고령자는 84세 할머니다.

A(76·반구동) 할머니는 “부모님이 여자라고 공부를 시키지 않아 배울 때 못 배운 게 그동안 원망으로 자리잡았다”며 “내 눈으로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나오면 친구도 사귀고 소풍도 가는 등 즐거움이 많다”며 “이번에 초등학교 졸업인증을 받았으니 할 수 있는데까지 공부해 대학에도 가고 싶다”고 밝혔다.

B(75·옥동) 할머니는 “다 늙어서 무슨 공부냐고 자식들이 핀잔을 줄 것 같아 한동안은 몰래 다녔다”며 “나중에 솔직히 말하자 ‘장한일을 하신다’며 격려해 줘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도 행선지를 읽어 탈 수 있기 때문에 대왕암도 가고, 간절곶도 갔다올 수 있었다”며 “손자들과 가게에 가도 셈을 못해 그전에는 바보처럼 있었는 데, 지금은 셈을 척척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은 학력인정 문해교육을 통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초등 학력인정 이수자 234명을 배출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울산시민학교와 울산푸른학교에서 중학과정 문해교육도 운영한다.

울산교육청 정기자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초등학력 인정을 받게 된 분들의 끈기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앞으로도 기초교육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저학력자 및 비문해자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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