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보험정책이라도 인과 따져 보상해야”
“징벌적 보험정책이라도 인과 따져 보상해야”
  • 정인준
  • 승인 2020.02.0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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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쌍방폭행 주장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패소 판결
쌍방폭행일지라도 피해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입었다면 사고로 봐야 한다는 보험관련 판결이 내려졌다. 보상책임을 회피하는 징벌적 보험정책에 대해 보다 세밀한 법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강경숙)는 의료급여 수령자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A씨와 그의 친구들은 2017년 11월 26일 새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길에 ‘쳐다본다’는 이유로 B씨 일행과 시비를 벌였다.

A씨는 양측의 다툼을 말리는 과정에서 B씨 머리를 한 차례 때렸고, 이를 목격한 B씨 일행에게서 턱부위를 맞았다.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A씨는 8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고, 시야장애 등 신경학적 장애도 남게 됐다.

이후 A씨는 B씨와 합의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A씨를 때린 B씨 일행은 상해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부상을 치료받으면서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받았는데, 이후 공단은 ‘A씨가 다친 것은 쌍방폭행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급여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급여 1천190만원을 부당이득금으로 판단하고 징수하기로 했다.

공단 처분에 불복한 A씨는 건강보험 이의신청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했지만, 위원회 역시 ‘급여제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상처를 입은 경위, 부상의 정도와 후유증 등을 고려하면 급여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 피해 정도는 쌍방폭행 경위와 정도를 볼 때 통상적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원고의 범죄행위(B씨 폭행)와 보험사고(제삼자의 폭행으로 인한 부상)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비록 원고가 쌍방폭행 과정에서 다쳤지만, 원고에게 징벌적 보험정책을 적용해 보험급여 제한 불이익까지 부여하는 것은 적정한 비난 가능성 정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다치게 된 주된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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