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조업 탓… 자취 감춘 울산 ‘오징어’
불법 조업 탓… 자취 감춘 울산 ‘오징어’
  • 김원경
  • 승인 2020.02.0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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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쌍끌이 공조 조업에 어획량 61% 감소어민들, 수산자원 보호 위한 불법어선 단속 촉구
5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울산 어업 생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대비 61.1% 급감, 가자미는 34.6%의 증가율을 보였다. 사진은 가자미 경매가 끝난 동구 울산수협 방어진 위판장.
5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울산 어업 생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대비 61.1% 급감, 가자미는 34.6%의 증가율을 보였다. 사진은 가자미 경매가 끝난 동구 울산수협 방어진 위판장.

 

“오징어는 씨가 말랐어. 그물로 다 싹쓸이해 가버리는데 왜 나라에서는 그걸 가만히 두나몰라.”

5일 오전 10시께 울산 동구 방어진위판장 인근. 조업 후 그물을 정리하던 한 어민에게 “오징어가 ‘금(金)징어’가된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만난 어민들은 하나같이 불법 공조조업이 근절되지 않는 이상 울산지역에서 오징어 배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울산 앞바다의 오징어 어획량은 전년대비 61.1% 급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울산 오징어 생산현황은 2015년 2천856t으로 전체 어획량의 20%를 차지했던 것이 △2016년 1천86t △2017년 428t △2018년 566t △2019년 220t으로 해마다 반 토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방어진위판장 매매통계에서도 오징어는 2015년 274만6천462kg에서 지난해 20만2천491kg으로 14배 가까이 줄었다.

오징어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는 동해 북한 수역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울산의 어민들은 중국어선보다 부산과 포항 등 인근지역의 불법 공조조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척의 선박이 한 조를 이뤄 모기장 같은 촘촘한 그물로 수천마리를 한꺼번에 쓸어 담는 일명 ‘쌍끌이’ 조업을 강행해 동해 오징어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것이다.

50년 배를 탄 선주 김모(67)씨는 “매년 오징어는 고갈되는 중으로 나 역시 오징어 먹어본지 오래다”며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까지 끄고 조업하는 배들이 문제인데, 특히 부산배의 공조조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오징어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돼 버렸다”며 “동해, 서해, 남해 모두 쌍끌이 공조조업 근절 되지 않으면 국내산 오징어는 끝났다고 봐야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4∼2016년 연간 7만t 안팎이었던 오징어 수입량은 지난해 14만1천43t으로 2배나 증가했다.

어민 김모(69)씨는 “새벽 6시 위판장에 나와 보면 이쑤시개 크기의 가자미가 한 가득이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오징어, 치어 등 불법조업을 단속한다더니 알고 두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면서 “깜깜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어종 보호 개념 없이 싹 쓸어가는 어선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화해야 수산 자원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울산 어업 생산현황을 보면 가자미는 4천307t으로 전년대비 34.6%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아귀류는 3천8t으로 전년대비 62.4%, 복어류는 842t으로 16.8%, 청어는 277t으로 1천746.7% 증가수치를 보였다.

김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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