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리대숲 널리 알리고 정책개발도 도울 겁니다”
“백리대숲 널리 알리고 정책개발도 도울 겁니다”
  • 김정주
  • 승인 2020.02.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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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실 사)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 회장·(주)삼영이엔지 대표이사
박옥실 (사)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 회장.
박옥실 (사)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 회장.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전 세계의 자랑이 될 태화강백리대숲의 지킴이로서 행복한 도움닫기를 시작합니다.…태화강백리대숲을 통한 울산시민들의 보다 나은 미래와 행복을 위해 묵묵하지만 성큼성큼 걸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태화강백리대숲의 보호와 보존을 내세우고 지난해 2월 25일 기지개를 켠 ‘사단법인 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 설립취지문의 일부다. 해가 바뀐 지 근 1년, 이젠 성인회원 100명과 ‘태화강국가정원사랑단’ 소속 어린이회원 61명을 거느린 어엿한 순수민간단체로서 울산시민들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직원복지 최우선… 골프장·기숙사까지

박옥실 초대 회장(56)을 만난 때는 지난달 30일. 남구 성암동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그의 제1 집무실에서였다. 회사 건물 1층으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골백번은 외쳤을 구호가 먼저 시야에 잡혔다. “도전! 혁신! 창조!” 그는 현재 (주)삼영이엔지(남구 처용로 487번길 32)와 (주)알파테크원(울주군 온산업 처용산업1길 81)의 대표이사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

첫눈에도 거리감 같은 건 누구의 사전에도 없었다. 다정다감하고 친화력 있는 그의 천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 회장은 직원이래야 서른 명도 채 안 되는 삼영이엔지의 4층 건물 내부부터 먼저 안내했다. 눈길을 끈 것은 직원들의 복지시설. 체력단련장과 식당으로 이어지는 3층, 골프연습장을 지나면 기숙사가 나타나는 4층은 그의 심성을 엿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다시 2층 그의 집무실. 수십 개를 헤아리는 각종 패(牌)와 서장(書狀)들이 그의 됨됨이를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감사패, 표창패, 유망중소기업 선정패…. 지난해 송철호 울산시장이 수여한 표창패(2019.1.29.)와 ‘울산 스타기업’ 지정서(2019.8.20.),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내려보낸 표창장(2019.12.31.)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작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신정고 총동문회가 2008년 7월 23일에 건네준 박옥실(7회, 삼영ENG 대표이사)와 김OO(30회, 서울대 재학) 두 동문을 맺어주는 ‘멘토링 증서’였다.

지난해 6월 10일 울산대공원 내 그린하우스에서 가진 ‘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의 발대식 모습.
지난해 6월 10일 울산대공원 내 그린하우스에서 가진 ‘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의 발대식 모습.

 

23년 고교후배 뒷바라지, 지금도 가족인연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이야기는 사람 냄새 물씬한 한 편의 휴먼 스토리였다.

“아, 서울대 다니던 그 후배 말이지요? 실력도 인성도 다 좋은데 집안형편이 안 좋았답니다. 아버지는 몸져누우시고 어머니가 살림을 도맡아 하신다 해서 그렇다면 내가 적은 성의라도 보태야겠다, 그렇게 결심했지요. 후배를 4학년 1학기 때부터 보살펴주었는데 2학기가 되니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취직할 때까지 그러다 보니 5년간이나 돕게 된 겁니다.”

지지난해(2018년) 10월에는 부친의 사망 소식도 알려왔다. 가족 이상의 끈끈한 관계가 졸업 후에도 이어진 것, “화장만 하겠다는 걸 제가 말렸지요. 아버지의 흔적이라도 남겨야 남은 가족(어머니와 동생)끼리 1년에 한번이라도 만날 것 아니겠느냐는 설득이 먹혔다. 고인의 흔적은 지금 울산하늘공원 납골묘에 소중히 남아있다.

심성이 착해 보인다 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받은 것을 돌려줄 뿐이지 심성이 착해서가 아닙니다. 저 역시 어려울 때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도우미 제1호로 그는 고등학교 동기 김효준 씨 이야기를 꺼낸다. 참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는 1995년 12월로 거슬러 오른다.

중구 태화동 태화강국가정원 언저리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나눔스토리의 어린이 회원들.
중구 태화동 태화강국가정원 언저리 탁자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나눔스토리의 어린이 회원들.

 

“용접불꽃만 보이면 달려가 일감 따냈지요”

“공업탑로터리에서 사무실을 차리고 사업하던 친구를 우연히 버스정류소에서 만났는데, 근황을 물어서 아무 것도 없다고 했더니 무조건 자기 사무실을 같이 쓰자는 겁니다. 쓰고 싶은 것 마음대로 쓰라는 친구의 배려 덕분에 전화기도 책상도 몽땅 빌려 쓸 수가 있었지요. 물론 최소한의 경비는 내긴 했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그 무렵 박 회장이 사업자등록을 한 회사 이름은 ‘삼영열처리’. (주)삼영이엔지의 모태가 된 업체다. 여하간 그는 일감이라면 물불을 안 가렸다. ‘용접불꽃만 보이면 달려가서 교섭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몸을 안 아꼈다.

사실 그는 용접이라면 자신만만했다. 경남 거제 삼성조선에서 철판 커팅과 용접에 따른 라인 작업을 익혔고 그때 쌓은 노하우는 지금의 ‘유망 중소기업’, ‘울산 스타기업’의 불씨가 됐다. 그보다 9년 전에는 놀 걱정이 없다는 경북 포항으로 가서 철물제관업에 손대기도 했고, 다른 공장에서 종업원 노릇도 다 겪어보았다. 땀과 열정으로 범벅이 된 자수성가의 과정은 그에게 겸손을 터득하게 했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게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배움을 향한 마라톤을 멈추지 않았다. 방송통신대학의 문을 두들겼고(1991.3), 울산대학교 경영대학원 테크노 180과정(2기)을 기어이 수료해내고 만다. 사업장을 울주군과 남구에 하나씩 두고 있는 그는 울주군 규제개혁위원 및 정책자문위원(2014~2017), 남구 자원봉사 이사(2017~2018)직도 두루 거쳤다. 이색 직함에는 ‘남구 시니어합창단 단장’(2018~2019)란 것도 있다. 작년부터는 울산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사업협동조합 이사직도 맡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오전 남구 삼호동 철새홍보관을 견학차 찾은 나눔스토리의 가족단위 회원들.
지난 1월 18일 오전 남구 삼호동 철새홍보관을 견학차 찾은 나눔스토리의 가족단위 회원들.

 

성인·학생회원 160명, 작년부터 다양한 활동

박 회장의 배려지심과 사람됨은 그를 태화강백리대숲 지킴이의 길로도 안내했다. 주위의 열화와 같은 추대로 회원 160여 명을 이끌어갈 ‘사) 태화강백리대숲 나눔스토리’(이하 ‘나눔스토리’) 회장의 감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끌어안게 된 것.

나눔스토리는 지난해 12월 18일 울산시로부터 비영리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정식으로 받았다. 그렇다고 그 이전이 빈칸으로만 남아있었던 건 아니다. 같은 해 5월 30일에는 ‘태화강백리대숲 조성 시범식재’ 행사에 동참했고, 6월 10일에는 ‘백리대숲 나눔스토리’란 이름으로 발대식을 갖기도 했다. 태풍 타파가 덮친 10월 초에는 피해복구 작업에 뛰어들었고, 같은 달 17일에는 태화강국가정원 선포식에도 참가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울산생태관광 활성화 토론회(2020. 1.14)를 비롯해 사진으로 남긴 행사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지난달 18일에는 태화강 남구 쪽 둔치 철새공원 정화활동에 나선 김에 가까이 있는 ‘철새홍보관’을 견학하기도 했다.

당장 올해 안에 진행할 나눔스토리 사업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 대목은 지난해 2월 나눔스토리의 대표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조현수 사무처장((주)한주 영업차장)이 대신 알려왔다.

조현수 사무처장, 법인설립·사업구상 도움

연내 사업의 대강은 △태화강백리대숲 환경정화 활동과 △태화강백리대숲 홍보 활동 △태화강백리대숲 조성 관련 정책 개발. 홍보 활동에 필수적인 홈페이지 제작도 머지않아 매듭지을 참이다.

초창기부터 나눔스토리 설립에 깊숙이 관여해온 조 처장이 한마디를 덧붙인다. “다른 단체들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설립 당시부터 학생회원들도 호흡을 같이해온 점입니다. 학생들이야말로 우리 울산의 미래주인이기 때문이지요. 앞으로도 우리 학생회원들은 성인회원들과 같은 위치에서 태화강백리대숲의 미래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겁니다.”

박옥실 회장이 태어난 곳은 경남 하동군 횡천면 학리. 부모님을 따라 9살 때 울산으로 이사 왔고, 대현초등학교를 거쳐 학성중, 신정고(옛 우석고)를 졸업했다. 울산에서 연인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장채하 여사(51)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취미는 등산. 20년 경력의 골프 실력은 ‘에버리지 +12’라 했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장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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