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먼 루피(RUPI) 사업
아직 갈 길 먼 루피(RUPI) 사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2.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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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RUPI)’. 처음 들으면 강아지 이름 같지 않은가. 길을 걷거나 특히 산책을 즐기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동물이 강아지다. 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강아지로 보일 뿐이지 나이 든 개일 수도 있다. 개는 어느새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동물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애완동물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동물이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나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핵가족이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함께 생활하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마치 가족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울산으로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2009년에 시(市)에서 필자에게 용역과제를 의뢰했다. 울산 석유화학산업이 곧 성숙기, 포화기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해보자는 거다. 2007년에 발표한 충청남도의 ‘대산석유화학단지 고도통합 네트워크사업’의 총괄책임자가 필자였기에 부탁하는 거란다. ‘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수립에 관한 용역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후, “보다 사람들이 쉽게 부르고 오래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젊은 박사들에게 ‘술 한 잔’을 걸고 제목을 공모했다. 지금은 중앙대학교에 봉직하는 윤성훈 박사가 로드맵(Roadmap)의 첫 자 R과 울산 석유화학산업(Ulsan Petrochemical Industry)의 UPI를 모아 루피(RUPI)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결국 루피가 귀여운 강아지가 연상되며 부르기 쉬운 이름이라 해서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하지만 용역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각자 자기 회사만을 위한 고도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협업보다는 각자도생이 우선이었다. 여천단지와 용연단지는 공장장협의회부터 새로 만들었다. 당시 시장이 참석하여 창립총회도 열었다. 그 후 직접 회사를 찾아가 설득하고 미팅하면서 공감대를 한곳에 모으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용역기간을 6개월 연장하면서까지 혼신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드디어 2010년 11월 8개 분야에 걸쳐 100대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이날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루피 사업은 약 1조 7천억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많은 사업이 완료되었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세계 5위 석유화학 강국, 아시아 4위 산업도시’를 목표로 추진된 루피 사업은 지금까지 석유화학단지 전력 인프라(복선 안정화) 확충을 비롯해 산학융합지구 및 테크노산업단지 조성, 광역스마트 스팀 네트워크 및 스팀 하이웨이 구축, 세계최대 수소타운 조성, 울산종합비즈니스센터 건립, 학남정밀화학소재단지 구축,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센터 건립,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구축 등을 완료했으며 투입된 예산 규모만도 7천억원에 이른다. 지금은 석유화학산업 고도화 외에도 자동차·조선산업과 융합,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미래먹거리 발굴, 석유화학단지 안전대책 수립,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산업생태계 구축 등 미래 핵심 가치를 장착한 포스트 루피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770억원 규모의 통합 파이프랙 사업 설계비를 국비로 확보하고 석유화학단지 사장단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냈다. 아울러 160억원 규모의 통합안전관리센터 사업도 이미 42억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동절기 가뭄과 낙동강 수질 악화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1천8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공업용수 통합공급시설(통합 물공장) 사업도 착수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수소산업도 순조롭게 순항 중이다.

루피 사업이 발표된 지 벌써 10년이 됐다. 화학산업인들이 정말 노력 많이 했다. 그래서 11월엔 성과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제는 포스트 루피 사업을 통해 울산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온 석유화학산업을 넘어 타 주력산업과 융합하여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울산 미래화학산업 발전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각오다. 많은 칭찬에 감사드리며 루피 사업은 계속된다. 변함없는 성원과 따끔한 채찍을 부탁드린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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