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등 품귀현상에 당국, 손 놓았나?
손소독제 등 품귀현상에 당국, 손 놓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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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 감염사태가 갖가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졸업식 풍경의 변화도 그중 하나다. 30일 오전 광주 서구 G고교에서 열린 졸업식 장소는 대강당이 아닌 교실이었고, 졸업식은 교내방송을 통해 치러졌다.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강당 졸업식’을 ‘학급별 졸업식’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계 일부의 이색현상일 뿐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하나는 마스크 수요의 폭증이다. 한 보도매체는 ‘마스크 공장의 울고픈 특수’라는 제목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는 부산 마스크 제조업계의 이모저모를 생생한 르포기사로 전했다. 이 매체는, 김해공항에서 중국 보따리상이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간다더라는 입소문도 같이 전했다. ‘신종코로나 특수’, ‘바이러스 특수’가 지근거리에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은 울산 약업계에서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본보 취재진이 30일 울산시내 약국 등 10여 곳을 둘러보고 쓴 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취재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울산에서도 개인위생용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손세정제다. 마스크 수요 급증 현상은 질병관리본부가 KF94등급 이상 마스크의 착용을 권장하면서 한층 심해졌다. 더욱이 고향을 생각하는 일부 울산 거주 중국인들의 사재기 현상도 마스크 수급 불균형에 한 몫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품귀’나 ‘품절’까지는 안 갔다 해도, 수요-공급에 계속 차질이 생긴다면, 다음 주부터는 품귀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게 울산 약업계의 전망이다.

마스크 사정보다 더 두드러진 것은 신종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손소독제나 손세정제의 ‘품절’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약국은 물론 대형마트와 대형화장품매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약국 손님 중에는 손소독제 대신 ‘소독용 에탄올’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3천원으로 손소독제 만드는 법’이 온라인에 화제를 뿌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품귀나 품절 현상을 보이는 약품 중에는 암에 좋다는 구충약도 들어간다. 동물용·사람용을 안 가리는 구충약 사재기 현상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상의 화제가 몰고 온 특이현상이라는 점에서는 마스크·손소독제 파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정작 구충약이 필요한 사람이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리는 일까지 벌어진다. 일부 제약회사들은 이 기회를 거래처(약국)를 확실한 단골로 삼기 위한 미끼로 이용하기도 한다. ‘특별배려’라며 구충약을 선심 쓰듯 공급해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계당국은 무거운 입을 꾹 다물고 있기만 하는 모양새다.

국민·시민들이 곤경에 빠져 있는데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뒷짐 지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적어도 울산시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울산시약사회와 손잡고서라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서 마땅한 대책을 서둘러 내놓기를 바란다. 울산시민들은 그것이 바로 올바른 공직자의 자세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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