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비누
바이러스와 비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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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어떤 TV방송에서 인류의 평균수명을 20년이나 늘린 세기의 발명품이 무엇인가 라는 퀴즈를 냈다. 출연진들은 백신, 페니실린, 아스피린, 심지어는 쥐약 등의 답변을 했지만 모두 틀리고 제작진이 제공한 힌트를 받고서야 한참 뒤 답을 맞췄다. 많은 의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이 말한 가장 많은 인류를 구한 물품 1위, 바로 비누다.

18세기 유럽에선 급속한 공업화를 거치면서 공업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니콜라 르블랑이 그 중 하나인 탄산나트륨을 소금에서 만드는 르블랑법을 고안한 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이를 이용한 세탁 소다와 비누가 저렴하게 대중에게 공급되었다.

사람들이 매일 손발을 씻을 수 있게 되면서 여러 질병의 감염과 전염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 비누가 대중화되기 전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도시 단위로 사망했던 기록과 비누의 대중화 후 개인위생이 올라간 뒤의 기록을 보면 평균수명의 대량증가라는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비누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으면 균은 99% 씻겨나간다. 공중화장실 등의 비누도 마찬가지로 연구와 실험 끝에 안전하다고 결론이 나 있는 상태다. 1965년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을 대장균, 포도상구균 등의 병원균 50억 마리로 오염시킨 후에 손을 씻었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비누를 건넸다. 그 결과 병원균은 비누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88년의 실험에서는 16명의 참가자들이 각종 병원균을 일부러 주입한 오염된 비누로 손을 씻었다. 그러나 누구의 손에서도 유의미한 수치의 박테리아는 발견되지 않았다. 작년 9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15명을 대상으로 대장균으로 오염시킨 손을 비누, 소독제, 물티슈, 흐르는 물로 각각 세척 후 측정했더니 비누가 세균제거율이 가장 높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조류독감이나 메르스 같은 큰 전염병이 유행하면 오히려 국민보험공단에 청구되는 다른 감염성 질환의 감염 사례가 상당히 줄어든다. 실제로 2009년 전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식중독과 눈병 등 손을 통해 전염되는 질병의 발병 빈도가 상당히 줄었다. 비누로 손씻기의 빈도가 늘어나서이다.

최근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심각한 전염병에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의학계의 보고서가 있다 하니 이쯤 되면 인체 감염이 목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겐 비누가 마치 장판파의 장비나 다름없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유행중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문, 방송, SNS 등에서 연일 보도되어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명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그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도 적용되는 최고의 예방법은 예상할 수 있겠지만 늘 똑같다. 손을 잘 씻는 것. 보통 바이러스나 세균이 직접 몸속에 들어오는 것보다 어딘가에 묻었는데 손으로 만져서 눈이나 코, 입의 점막을 통해 몸으로 들어올 확률이 수천 배 더 높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손만 비누로 잘 씻어도 수많은 전염병의 예방주사나 다름없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히 비누만 가지고 안심하기엔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전 세계적 재앙인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막아냄으로써 증명한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관리 시스템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을 거쳐 점점 진화해온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체계는 전국 응급실의 구조를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엄격한 기준에 맞게 고치는 등 어느 작가이자 의사분의 말처럼 담당자에겐 가혹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진보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발빠르게 시약을 만들어 2월 첫 주에 신약의 시제품도 생산할 예정이고 우리 울산시의 방역 대처 계획도 완벽히 마련되어 있으니 시민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개인위생에 힘쓰면 1차적으로 이곳저곳에 있는 장판파의 장비이자 백신 그 자체인 비누를 넘어서지 못하는 바이러스들이 곧 사멸될 것으로 본다.

이미영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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