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을 돕는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우익을 돕는 국립중앙박물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28 2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세기 일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명분은 자신들의 옛 땅을 회복하기 위해 내세운 ‘임나일본부설’로 이는 사실 근거가 불확실한 엉터리 주장이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을 지원해주는 일을 우리 국립박물관에서 하고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자료가 일부 알려졌기에 산책을 해본다.

중앙박물관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오는 3월 1일까지 ‘가야 특별전’을 열고 있다. 최근 인하대 남창희 교수는 그 전시내용 중 ‘가야’를 ‘임나’라고 하여 일본에 바치는 내용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고발을 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왜[大和倭]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이다. 이 주장은 일본 교과서에 수록되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편견과 우월감을 조장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자기네 옛 땅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한반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었다.

그들은 그 근거로 일본서기의 ‘신공기(神功記)’에 진구황후[神功皇后]가 369년부터 562년까지 약 200년간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내용과 광개토호태왕비문(廣開土好太王碑文)의 내용을 엉터리로 해석해 ‘신묘년(391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와 백제와 임나·신라 등을 격파하고 신민(臣民)으로 삼았다’고 한 것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식민사학의 극복을 논의할 때,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비판과 부정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30일 고구리역사문화보전회가 주최한 임나일본부설 비판 학술대회에서 나는 광개토호태왕비문의 해당부분이 일본인들의 엉터리 주장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비의 주인공이 왜가 아니라 광개토호태왕이므로 바다를 건너가 왜를 격파했다는 내용이며, 이 기사의 위치가 영락 5년과 6년 사이에 있어 ‘백제가 동으로 신라를 침범하여 신민으로 삼으려 하였다. 그래서 6년에 왕이 수군을 이끌고 백제를 토벌한다’는 내용으로 연결되므로 왜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도 중앙박물관의 이번 전시에서는 가야지도 중 국가별 위치 표시에 ‘기문’과 ‘대사’라는 지명이 광양, 장수, 남원 지방에 그려져 있다. 그 지명들은 우리 역사기록에는 『삼국사기』에 1회 등장하지만 나라 이름이 아니고 작은 마을 이름이다. 그리고 오직 일본서기에만 등장하는 지명인데 심지어 출처 표기를 ‘일본서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서기’라고 표기하기까지 했다니, 이는 주최 측의 실수이거나 몰라서가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게 해준다.

기문(己汶)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한·일 근현대 책들에서는 모두 그 출처를 일본서기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가야 연대표에서는 일본서기에 ‘왜’라고 나온 부분을 ‘가라국’으로 바꾸어놓고 출처도 ‘일본서기’가 아닌 ‘서기’라고 적어 눈가림을 하고 있다. 이 세상에 ‘서기’라는 책은 없고, ‘일본서기’에는 ‘가라국’이 없다.

우리나라 정부기관인 중앙박물관이 국민의 세금을 들여 가야 특별전을 열면서 이렇게 술수까지 부려가며 일본 우익 식민사학자들의 주장인 ‘임나일본부설’(또는 ‘남선경영론’)을 지지하는 내용을 전시한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민족반역 행위다. 그리고 이런 지적을 받고도 전시회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가야사 복원을 내건 문재인정부가 일본 우익의 영향력 아래에서, 그간 가야를 일본에 넘겨주는 일을 해온 것은 아닌지 심각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라도 국민들을 우습게 본 정치세력들을 심판해야 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