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부른 인재…성묘객 태운 선박사고
‘설마’가 부른 인재…성묘객 태운 선박사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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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우리 속담이 딱 들어맞은 경우였다. 설날인 지난 25일 점심나절 울산의 한 저수지에서 성묘객을 태운 저수지 관리용 소형선박(1.92t)이 출항 1분 만에 가라앉는 바람에 40대 성묘객 1명이 숨진 선박사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수자원공사 소속인 이 배의 사고는 예고된 인재나 다름없었다. 정원(10명)을 3명이나 더 많이 태운 데다 안전장비마저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이다.

정원초과는 누가 뭐래도 ‘설마’ 하는 방심이 빚은 잘못임이 분명해 보인다. 안전장비 부족 역시 ‘설마’ 하는 방심과 무관치 않다. 매년 두 차례 명절 때마다 성묘객을 실어 날라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는 습관적 방심이 인명을 앗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확인했더니 이 배에 비치된 안전장비는 구명조끼 6개, 구명튜브 3개가 전부였다고 한다. 10명 전원이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구조된 승객 대부분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배를 띄우기 전에 선장에게 정원 준수와 구명조끼 착용을 당부했다는 게 수자원공사 쪽의 말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고가 난 배에 같이 탔던 나머지 9명이 스스로 헤엄을 치거나 신고를 받고 급파된 119 구조정에 의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다. 같은 날 저녁나절 강원도 동해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일가족 7명 중 5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사고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다고 가볍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다. 단 1명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울산의 저수지 선박 침몰사고와 동해의 가스 폭발사고의 공통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설마’라는 방심이 불러온 인재이자 참극이었다. 이번 설날 사고를 두고 누군가가 이런 말을 남겼다. “이번 사고에서 또다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안타깝고 불행한 인재는 되풀이될 것이다. 차제에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확실하게 고쳐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고 같은 ‘사회적 타살’의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관련 당사자들이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울산 저수지의 경우 설은 물론 추석 명절에도 성묘객들이 그 배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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