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선재의 법률산책]아파트 주차장의 출입제한에 관한 문제
[류선재의 법률산책]아파트 주차장의 출입제한에 관한 문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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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를 맞이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또 지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웠을 것이다. 그런데 한 집에 많은 가족들이 모이다 보면 부족한 주차공간처럼 반갑지 않은 문제도 마주했을 것이다.

특히 아파트단지의 경우, 전체 주차가능 대수가 가구당 2대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해당 지역이나 단지의 특성에 따라서는 명절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끝없는 주차전쟁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단지의 경우, 특히 단지 내 상가의 주차공간 사용과 관련하여 여러 제한을 가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대구지방법원 2020. 1. 9. 선고, 2019가합207213 판결)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문제의 단지는 아파트 4개 동과 상가(지상 1층, 점포 5개 규모)가 건축되어 일반에게 분양되었지만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자주 제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해당 단지에서는, 단지 내 상가를 출입하는 차량이 주차장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막았다. 상가점포 소유자와 그 임차인들이 항의하자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주차공간 5면을 상가전용구역으로 지정하여 상가 관계자들의 이용에 제공하되, 장기주차는 금하고 야간에는 아파트 입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결의했다. 그러나 분쟁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렀다.

언뜻 보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나름의 고민을 거쳐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안을 도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당 재판부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결론적으로,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에 대해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집합건물법 제11조에서는 집합건물의 주차장 등 공용부분에 관하여 “각 공유자는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에서는 공유물의 경우 지분의 비율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달리,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경우 전체 대지에 대한 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공용부분 전체를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파트 전체 소유자들의 결의로 달리 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법원에서는 위의 법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이에 반하는 내용은 규약으로도 다르게 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다260138 판결 등)

관련 법률 및 이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위와 같다면, 주차난에 시달리는 입주민들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위의 판례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즉, “합리적인 범위에서 공용부분의 사용방법을 정하고 이에 반하는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객관적·합리적 방법으로 판결에서 예시한 내용은, ‘경비원에게 방문 목적을 말하고 방문증을 발급받아 출입하게 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상가를 출입하는 차량으로부터 주차시간에 비례한 통상적인 주차비를 받는 것, 그리고 이와 같은 관리를 위하여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상가의 소유자 등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 또한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가용의 소유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특히 일과 일상의 균형, 흔히 말하는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각종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도 차량의 소유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충분하지 못한 주차공간에서 오는 입주민들 사이 혹은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완전히 근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적법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번에 소개한 사례는 이러한 논의에 대한 생각의 실마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한 대법원의 확고한 견해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하급심 단계에서의 결론일 뿐이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류선재 고래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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