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벽 허무는 일에 앞장설 것”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벽 허무는 일에 앞장설 것”
  • 김정주
  • 승인 2020.01.2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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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농구부 첫 우승 이끈 이한준 스포츠과학부 교수

 

울산대학교 농구부가 지난해 12월 하순 상주에서 열린 한국대학농구연맹회장배 2부 대학 농구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12년 창단 이후 7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비록 4개 대학(울산대, 서울대, 목포대, 우석대)이 참여한 ‘2부 리그’ 성격의 대회이긴 했지만 우승이 결정된 순간 울산대 농구부 선수단은 체육관 천장이 무너져 내릴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때까지 울산대 농구부가 거둔 성적은 최고가 ‘준우승’이었다.

이날의 환희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둔 결실이었기에 그 크기가 더욱 커 보였다. 사실 울산대 농구부는 ‘비육성종목’이다 보니 기숙사가 따로 있고 학비도 지원되는 ‘육성종목’(축구, 씨름, 테니스)과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때론 선수 개개인이 사비를 털어가며 주독야경(晝讀夜耕) 하듯 담금질을 이어가야 했다. 그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치미는 설움은 안으로만 삼켜야 했다.

울산대 농구부는 그럼에도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 절치부심의 기개가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리게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농구부 감독이기도 한 40대 후반의 이한준 스포츠과학부 교수(49)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의 공을 전임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돌리기를 애써 고집한다. 2017년 2월부터 3년 내리 울산대 학생복지처 부처장 직을 맡아온 이 교수는 2월 1일이면 구면이 아닌 스포츠과학부 학부장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울산대 14년차 ‘스포츠의학 박사’

이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7일 오전. 울산대 학생회관(22호관) 2층에 자리 잡은 ‘학생복지처 부처장’ 집무실은 의외로 화사한 장식 하나 없이 단출했다. 절제된 몸가짐과 우람한 체구에서는 스포츠맨 특유의 분위기가 넘쳐났다. 받아든 이력서도 이를 뒷받침해 주는 듯했다. ‘체육’과 ‘스포츠’란 용어로 넘쳐났던 것.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태어나 경성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모두 서울대학교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마쳤다. 대학에서는 체육교육학(교육학 학사)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운동생리학(교육학 석사)과 스포츠의학(체육학 박사)을 전공했다. 그의 학식이 그의 몸매만큼 탄탄해 보였다.

1997년 9월, 어엿한 직업인으로서 처음 얻은 직함은 ‘서울대 운동생리실험실 실험조교’. 그 이후 서울 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임상운동 인턴 및 운동처방사, 인제대 일산백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운동처방 실장 직을 두루 거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취득한 자격증이 효자노릇을 했다.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가 주는 ‘Exercise Specialist 자격증’(2003.7)과 KATA(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가 주는 Athletic Trainer 자격증(2001.12)이 그것.

울산대와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7년 3월. 큰아들 진우 군(중3)이 세 살 나던 해였으니 울산 생활은 올해로 어느덧 14년차다. 스포츠과학부 학부장(2011.2~2013.1)을 역임한 후로는 대외 활동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울산시농구협회 이사(2013.1~), 한국대학농구연맹 이사(2014.1~), 울산시체육회 이사(2016.1~)는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직함이다.

 

2부 대학 농구 상주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울산대 농구부 선수들.
울산대 농구부가 창단 후 처음으로 받은 우승컵과 우승상장.
울산대 농구부가 창단 후 처음으로 받은 우승컵과 우승상장.

 

여자탁구 등 7종목 5월 창단 예정

현재 울산대 스포츠과학부에 적을 둔 학생은 한 학년 75명씩, 300명을 헤아린다. “1학년 때는 인체해부학, 운동처방, 스포츠의학, 운동손상 및 재활원리에 대한 이론을 가르치죠. 2학년이 되면 생활체육과 운동건강관리 두 가지 전공의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요.”

학생들이 졸업 후를 생각해서 겨냥하는 자격증은 운동처방사와 건강운동관리사. 국가자격증이다 보니 취득시험이 여간 어렵지 않다고 했다. 울산대 농구부는 그런 가운데서도 몸집을 키워 왔고, ‘우승’의 꿈도 마침내 이뤄내기에 이른다.

농구부 감독인 이 교수가 특별히 이름을 콕 찍어낸 학생선수가 있었다. 과 수석을 차지했다는 공경식 학생이 바로 그. “우승 주역의 한사람이었고, 작년 말 대회에선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았던 학생이죠. 4.5점 만점에 4.2점 이상을 얻어야 허락되는 ‘1년 조기졸업’ 자격도 거뜬히 따냈고. 서울대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해 왔다고 해요.”

이 교수는 비육성종목에 대한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오는 5월을 전후로 울산대에 무려 7개나 되는 스포츠부가 창단을 맞이한다는 것. 여자농구, 여자펜싱, 여자탁구와 양궁(이하 남녀), 볼링, 수영, 요트 종목이 바로 그것이다.

생활체육 저변확대, 열쇠는 예산지원

그러나 창단 일정에는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예산 문제가 걸림돌처럼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협약에 따라 2013년부터 대학체육을 지원해오고 있는 시체육회에서 노력은 무던히 했지만 시의회 설득에 실패하다 보니 관련예산이 대폭 깎였다는 것.

비육성종목이 중심인 대학체육이라면 ‘엘리트체육’이 아닌 ‘생활체육’ 범주에 속한다. 이 교수는 그래서 더 안타까워한다. ‘추경예산이라도’ 하는 심정인 것 같았다. 여차하면 지역 기업체들에게 손을 벌려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이 교수는 대학체육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저변인구에서 찾기도 한다. 대학 체육학과가의 전망이 밝아야 지원자가 늘어나고 선수층의 역외유출도 막을 수 있겠지만 울산지역의 현실은 실제로 그렇지가 못하다. 상징적인 본보기가 지역 초·중·고의 농구팀 현황이다. 농구팀을 둔 초등학교는 송정초(남)와 연암초(여), 중학교는 화봉중(남)과 연암중(여), 고등학교는 무룡고(남)와 화봉고(여)가 고작이다. 이 가운데 무룡고 농구선수들은 주로 1부 대학으로 진학하다 보니 울산대로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각급 학교의 운동부를 교육적 차원에서 육성해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농구만 해도 울산지역 동호인클럽 수가 몇 십 개는 되는데, 생활체육 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면 수요자, 공급자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요?”

막내아들 때문에 얻은 취미 ‘낚시’

이 교수에게 앞으로 새로운 할일이 생겼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생활체육 동호인클럽 선수가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일도 있고, 미국만 해도 일과 후 생활체육이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각광을 받는 세상이 아닌가.

1년 연하의 부인 진면주(48) 여사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막내 진혁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막내가 낚시를 무척 즐기다 보니 이 교수의 취미도 어느 새 낚시로 바뀌었다는 것. “글세, 이경규가 출연하는 ‘도시어부’란 TV 프로그램에 푹 빠지더니 생긴 현상이지 뭡니까. 허허.”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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