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의 자연산책] 난초(蘭草)와 혜초(蕙草)
[조상제의 자연산책] 난초(蘭草)와 혜초(蕙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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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과 영전.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직장인이라면 참 설레는 말입니다. 승진이나 영전을 하면 우리는 축하의 뜻으로 난(蘭)을 선물로 보냅니다.

여러분! 승진이나 영전으로 난 한 번 받아보셨어요? 요즘 여러 가지 예쁜 꽃들도 많은데 굳이 난을 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새로 부임한 곳에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일입니다. 옛날 중국 정(鄭)나라 풍속에는 삼월 삼짇날(상사일) 물가에서 젊은 남녀들이 무리지어 난을 꺾어들고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봄놀이 행사를 하였습니다. 중국 남방의 초(楚)나라에서도 난은 사악함을 물리치는 중요한 향초(香草)였습니다.

둘째는 하늘 향해 돋아나는 난초 잎처럼 지조와 절개를 지키면서 고고하게 향기 나는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난 받아 보셨어요? 어떤 난 받아 보셨나요. 난이 잘 자라던가요?

저도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면서 난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골마루에도 두고, 현관에도 두고, 난 거치대에도 두고 보지만 그렇게 만족스럽게 잘 키운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난초 잎이 하나씩 하나씩 말라가죠. 그나마 현관에 두고 무심히 잊어버린 난이 제일 잘 자라고 꽃도 피우죠. 난은 반음반양지에서 잘 자라고, 온도와 햇빛, 통풍, 물주기 등에 매우 민감한 식물인데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매번 실패합니다.

난초과는 식물군 중에서 가장 크고 진화한 식물로서 학계에 알려진 것만 해도 3만 종이 넘고 우리나라 자생종만 84종이나 됩니다. 그런데 ‘난초’인가요?, ‘난’인가요?, ‘란’인가요? 어떤 것은 감자난초, 닭의난초, 새우난초 등 ‘난초’라 부르고, 어떤 것은 잠자리난, 개제비난 등으로 ‘난’으로 부르고, 어떤 것은 비자란, 복주머니란, 사철란 등 ‘란’으로 부릅니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요?

우리말의 경우, 고유어 다음에 단어가 붙어 합성어가 되면 뒤에 오는 단어에 두음법칙이 적용됩니다. 하 어렵죠. 합성어의 경우 한글 맞춤법 규정이나 표준어 규정에 맞게 쓰려면 ‘난초’나 ‘난’이 맞고 국가표준식물명(국명)에 방울새란, 복주머니란 등처럼 고유어 뒤에 ‘란’을 붙이는 것은 한글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표현입니다.

아 헷갈립니다. 난초와 난의 차이도 무엇인지 모르겠고. 국가표준식물명에서 하나로 통일하면 어떨까요?

난초 말고 혜초는 그럼 뭔가요? 혜초(蕙草). 난초의 일종인 혜초.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겨울과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을 난초라 하고, 여름에 꽃을 피우는 것을 혜초라 한다’, ‘난초는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고, 혜초는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운다’라고 하였습니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혜초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보세란(報歲蘭), 건란(建蘭) 등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우는 혜란(蕙蘭) 종류를 혜초로 보고 있습니다.

공자(孔子 BC 551-479)는 춘추시대 무려 13년 동안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후들에게 자신을 등용할 것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위(?)나라에 유세(遊說)를 갔던 공자는 또다시 거절을 당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자신의 고국 노(魯)나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깊은 골짜기(隱谷)를 지날 때 향란(香蘭)이 고고하게 피어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아! 저 향란은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고결한 향기를 홀로 피우는구나!’하며 탄식하고, 68세의 나이에 노나라로 돌아와 학문에 정진(精進)하고 제자들을 양성했다고 합니다.

공자가 쉽게 벼슬길에 올라 그 단맛에 취해 있었다면 오늘날 논어가 있었을까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를 가지 않았다면 ‘세한도’가 있었을까요?, 다산 적약용이 강진으로 유배가지 않았다면 ‘목민심서’가 있었을까요?

조상제 범서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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