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사서가 필요하다
도서관에 사서가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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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책을 관리하고 도서관 프로그램을 짜고 자원봉사자 학부모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사서말이다. 해마다 도서관 사서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마다 교육청은 교원총량제에 걸려 사서 확보가 어렵다는 대답을 되풀이하였다.

그 사이 학교 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었을까? 도서관 담당을 맡은 선생님들이 죽을 고생을 한 학교들이 대부분이었다. 들어오는 책 바코드 작업부터 도서도우미 모집과 관리, 독서 관련 각종 행사며 행정적인 일 처리까지...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학부모도우미들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부터 한 달에 두세 번 정해진 시간에 나와 대출과 반납을 돕고 있는데 사서가 없이 하는 자원봉사니 매일매일이 연결이 되지 않고 도서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때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후 늦은 시간까지 개방이나 주말 개방, 방학 개방은 현실적으로 사서가 없는 조건에서 담당선생님과 도우미들 만으로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몇 년 단위로 도서관 담당교사들도 바뀌고 도우미들도 그 해 그해 상황에 따라 다른 상황에서 학교 도서관이라는 소중한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동구의 한 초등학교 도우미들 전체와 도서관 문제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도서관 어머니들이 8시 30분부터 와서 교실에 들어가 책을 읽어주는 열정이 넘치는 학교였다. 그러나 도서관 위치가 4층이고 사서가 없는 점이 제일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한 학교는 6년째 도서관을 책임지고 일한 어머니가 이제는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니 다른 어머니들도 이제 힘들다고 해 도서관 도우미 운영이 될지 걱정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 도입과 접근성 개선은 학교 도서관이 풀어야 할 기본적인 숙제이다. 사서가 있어야만 도서관이 책 창고가 아닌 도서관답게 운영될 수 있다. 오래된 책은 정리하고, 새로운 책을 들여놓고, 도서관 안 오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만들고, 학급에도 대여를 해주고.... 이 모든 일들이 교사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사서가 있어야만 책들이 학생들의 집과 동네에 바람을 쐴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는 다행히 사서가 배정된 24개 학교 중에 속해서 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사서여서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올해부터 도서관 일을 못하게 되었다. 도서관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자원봉사 어머니들은 우왕좌왕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영어원어민교사는 외국에서 모셔오면서까지 학교에 다 배치시키고 어렵게 배치된 사서는 계약 문제로 지속성이 없는 현실이 바로 울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계속 말하면서도 사서 도입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상호모순되며 독서교육과 도서관 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철학의 빈곤으로 보인다.

그마나 최근 필자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행정인턴제 도입과 학부모사서도우미제도를 대폭 확대시킨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나마 지금의 도서관의 현실에서는 반가운 가랑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 가랑비마저 울산 전체 176개 초중학교의 일부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앞으로 19개 도서관에 오게 될 행정인턴이 도서관과 연관이 있는 전공이거나 소정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인턴이 끝나는 10개월 후에 대한 대책도 물론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모 책임사서도우미제도의 경우에는 1년에 2백만원의 예산으로 도서관 운영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궁여지책이다.

두 가지 대책이 그나마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응급처방에 불과해 지속가능한 도서관운영대책을 교육청은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교육청이 만약 자체적으로 힘들다면 평생학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자체들과 의논한다면 지자체들이 최근 모두 고민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되어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순간부터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도서관, 학교 안가는 토요일이나 방학중에도 아이들의 발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는 도서관을 모두는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도 필요하지만 모든 자원을 실꿰듯이 꿰고 도서관을 살아 숨쉬게 움직이게 하는 사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서가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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