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어머니 사랑’으로 채워지는 어린이집
[학부모 칼럼]‘어머니 사랑’으로 채워지는 어린이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1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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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도 참고, 알아도 모른척하고 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렇게 하면, 당장은 좀 답답할지 몰라도, 이웃 사이에 얼굴 붉히지 않아서 좋고, 소란 일으킬 이유도 없어 품위유지엔 그저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어디 단순한 일만 있겠는가? 지금 고치치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화가 되어 돌아올 일도 있기 마련이다. 아직도 이따금씩 뉴스를 타는 어린이집 학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겠지 하는 학부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런 문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언론매체들은 △CCTV 설치 △내부고발 제도 도입 △교사 임용 시스템 개선 △교사 처우 개선 등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국회는 이런 여론을 참조했는지 어린이집 CCTV 설치나 보조교사 배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가정에서든 국가차원에서든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필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임과 동시에 의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린이들을 사랑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옛 중국 한나라의 ‘열녀전(列女傳)’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나온다. 맹자의 어머니는 비록 과부이자 문맹이었으나 아이의 장래와 인성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하면서 맹자를 훌륭한 인물로 키워냈다는 고사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 비추어 보면, 남보다 잘되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려고, 강남으로 이사 가거나 주소지를 옮기는 개념과 견줄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그 당시 변변한 재주도 없는 과부의 이사가 생사가 달린 일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아들을 좋은 인성을 지닌 훌륭한 인재로 키워야겠다는 맹자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진정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조에 율곡 이이(栗谷 李珥)를 훌륭하게 키워낸 신사임당(申師任堂)이 있다. 사임당신씨는 시·서·화 모두가 뛰어난 예술가이자 인격자, 현모양처였다. 출가 전에는 여성교훈서를 읽고 교육적 인간상을 완성했고, 출가 후에는 스스로 자녀교육의 수범을 보이며 아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워냈다.

사실 아이들이 받는 사랑 중에 어머니한테서 받는 사랑만큼 큰 사랑은 없을 것이다. 사랑을 받아보아야 사랑을 나누어줄 줄도 아는 사람이 되는 법이다.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은 어땠을까?

술주정뱅이 아버지는 베토벤을 4살 때부터 하루 종일 방에 가두어둔 채 피아노를 치게 했고, 6살 때부터는 돈벌이를 위해 연주여행에 끌고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토벤은 하이든의 제자이던 16세 때 과제물을 베껴서 내거나 과거에 했던 것을 내는 불량학생이었고, 17세에는 어머니를 여의고 가장이 되었다고 하니 그의 성격 형성 과정이 어땠을지, 다음 일화가 알게 해준다. 그는 사람들이 음악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으면 “음악을 모독하지 말라”며 피아노 뚜껑을 닫아버리고 나가거나, 귀족이 자택 연주를 요구하면 집을 박차고 나간 뒤 편지로 불쾌함을 전했다고도 한다. 베토벤이 어릴 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면 정반대의 인격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두 가지 예에서 보듯,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어머니의 사랑만큼 기여하는 것은 없지 싶다. 하루 12시간 이상 힘들게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들이 있다면, 그들도 사람인지라 우발적 행동이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행동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어머니들이 교육현장에 적극 뛰어든다면 ‘어린이집 폭력’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맞벌이 부부는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겠지만 전업주부는 자신의 아이와 같이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 차원에서라도 어린이집 교육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그러지 못하는 어머니들은 교육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에게 조그마한 배려라도 하겠다는 마음이라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도를 아무리 보완해 봐야 ‘어머니의 사랑’이 빠진 교육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에 꾸어보는 꿈이다. 아이들의 인성이 사랑으로 채워지고 교육의 질이 한결 나아지는 어린이집, 그저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영철 울산시교육청 학부모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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