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무궁화 가로수길 조성 기대
멋진 무궁화 가로수길 조성 기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3.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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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스치는 바람은 아직도 쌀쌀하지만 매화,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의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올해도 꽃피는 시기가 예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현상으로 4월보다 3월이 나무심기에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심은 나무가 잘 생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식목일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이렇게 심는 시기도 중요 하겠지만 어떤 종류의 나무를 선정해서 어떻게 가꾸는 지가 더욱 중요하다.

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도시공원이나 가로, 학교 및 공공기관에 많은 조경수를 심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無窮花)는 찾아 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여름날 아침 이슬을 머금고 3~4개월 동안 날마다 차례차례로 피어나는 무궁화는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답다.

일제 강점기때 우리 민족과 함께 나라 꽃이라는 이유로 온갖 시련을 겪어온 무궁화는 민족의 정신이 담긴 꽃이며 어느 꽃보다 값어치 있는 조경수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라시대의 것으로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즉 ‘무궁화의 고장’이라고 표현했으며, 외국에 보내는 문서에도 ‘근화향’이라고 했으니 이 때부터 무궁화가 나라꽃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무궁화는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고, 전국 어디서나 어떠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를 잘 내린다.

꽃도 화려하지 않아 은근하고 겸손하며, 지칠 줄 모르고 피어나는 끈기를 가진 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무궁화 잎은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구황식물이었으며, 장기와 피부의 각종 질환에 잘 듣는 약용식물이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진딧물이 많은 것은 나뭇잎에 독성이 없기 때문이다.

진딧물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약제를 살포함으로써 충분히 구제 할 수 있다.

정원에 장미를 가꾸는 정성의 3분의 1정도만 기울이면 진딧물 걱정없이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다.

또한 꽃이 질 때 지저분하다고 하지만 무궁화가 지는 모습은 오히려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무의 꽃잎처럼 바람에 산발해 자기의 몸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궁화는 지기 전에 꽃잎을 봉우리처럼 단정하게 도로 오므린 다음 고운 자태로 있다가 송이채 꼭지가 빠지면서 소리 없이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 동안 무궁화를 많이 심었지만 올바르게 가꾸지 못하여 다른 나무들처럼 높게 자란 무궁화가 없다.

한 그루씩 심어서 크게 키우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수형으로서 꽃을 피울 수 있는데도 울타리 형태로 무더기로 심어 놓고 자주 잘라 버린다.

현재 200여 가지의 품종이 난잡하게 개발되어 마구잡이로 심겨지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무궁화라고 해서 모두 우리나라 꽃이 아니므로 가급적이면 우리의 아름다운 토종 무궁화인 백단심, 홍단심 계통의 홑꽃을 심어야 한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이태리 로마에 갔을 때 시가지의 가로에 무궁화 꽃이 만발한 가로수를 보고 너무나 놀랐으며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일부 시·군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미흡한 편이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멋진 무궁화 가로수 길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무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나라꽃 무궁화를 많이 심어 잘 가꾸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최재영 경주대학교 관광진흥원장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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