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 2’의 노르웨이 ①
영화 ‘겨울왕국 2’의 노르웨이 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01.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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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가 흥행되자 엘사의 노래와 의상, 각종 액세서리 상품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방학 전에 삼산의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 누가 그 옷을 입고 왔는지가 화제였고, 몇 명이 입고 왔다고 한다. 영화 속 가상국가 아렌델 왕국의 실제 무대가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말 그대로 바이킹족이 사는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연어와 대구, 청어가 많이 나는 나라다.

노르웨이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인 피오르드는 빙하로 침식되어 만들어진 U자, V자 형태의 계곡에 바닷물이 유입되어 형성된 하구를 말한다. 푸른 빙하라고 하는 뵈이야 빙하를 보러 가는 길은 밑에서부터 온통 짙푸른 물빛이다. 시릴 듯이 보이는 진한 물빛에 비친 흰 구름은 아름다운 한 폭의 채색화다. 피오르드에 무지개가 뜰 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환상적인 선물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근처에 있는 피얼란드 빙하박물관은 빙하의 방대한 생성과정과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멋진 건축물이다. 전망대도 있고 입구 잔디밭에서 매머드 가족이 서 있다. 내 키 두 배나 되는 북극곰 박제를 보니 코카콜라 광고가 생각났다. ‘꼬마 트롤과 마녀’라는 노르웨이의 유명한 동화가 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시되어 있는데 한국어판도 있어 반갑고 뿌듯했다.

노르웨이에는 여러 개의 피오르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송네 피오르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작은 도시들이 피오르드 구석구석에 그림처럼 있다. 자동차로도 갈 수 있지만 배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빙하 물은 시퍼렇고 양쪽에 펼쳐지는 폭포를 보며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페리는 1시간 15분 정도 운항하는데 따라오는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면 멋진 비행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무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곳에 집이 보이기도 한다.

플롬으로 이동해서 빨간 플롬 산악열차를 탄다. 이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멋진 철도 중 하나이며 뮈르달에서 플롬까지 기차로 20개의 터널과 9개의 정거장을 지나면서 노르웨이의 산악 풍경을 감상한다. 효스 폭포에서 모두 내려 사진을 찍는다. 근데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리고 두 여인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춤을 춘다. 남자들을 바위 안으로 유혹했다는 전설을 스토리텔링화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 같은 열차에 탄 알바 여대생이었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해발 1천500m 산맥들 사이에 끼어있는 16km의 길이를 가진 피오르드로, 하얀 실 같고 수없이 많은 폭포들로 뒤덮여 있다. 구불구불한 요정의 길도 있고,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악마의 틈새도 있고, 일곱 자매 폭포도 있다. 일곱 줄기의 폭포가 182미터 절벽을 타고 내려온다. 유량에 따라 일곱 개로 안 보이기도 한다. 맞은편에는 총각 폭포도 있다.

베르겐 중앙 부근에 위치한 어시장은 고요한 북유럽의 활기찬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부근에서 갓 잡은 싱싱한 생선들을 볼 수 있다. 밍크고래 고기가 있어 신기했지만 생선들은 북유럽 물가답게 대개가 비싼 편이다. 코다리를 말려 걸어놓은 것처럼 보여 자세히 보니 대구였다. 연어회, 청어구이, 훈제생선, 새우 등 각종 어패류와 맥주를 판다. 항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천막, 야시장의 모습이 정겹다. 아름다운 도시 베르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뢰엔 산 전망대를 후니쿨라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어느 쪽으로 서도 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인 U자 모양의 아름다운 베르겐은 포토존이 된다. 전망대 뒤쪽에는 하얀 염소들이 보이고 길에는 염소 똥이 널려 있다. 내려와 산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호수가 있다. 오리배를 타는 각국의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 돌아 나오는 길은 숲이 우거진 길이다. 몰라서 안 가기도 하고 가다가 그만 가는 사람들도 많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가 태어나고 자란 아렌델은 삼각형 뾰족지붕의 나무집이 늘어선 베르겐 구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확인 차 이 영화를 보면서 향수에 젖었다. 이 골목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베르겐 중심부로 항구를 마주하고 벽을 쌓은 것처럼 늘어서 있다. 중세의 기분을 맛보게 해주는 오래된 건물들이다. 다른 영화에서 나오는 거대한 범선도 볼 수 있고, 어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이다. ‘인형의 집’으로 알려진 입센의 극시인 ‘페르귄트’에다 곡을 붙인 ‘페르귄트 모음곡’이 대표곡이다. 뭉크의 ‘절규’도 여기를 산책할 때 얻은 영감을 표현한 것이다. 천 크로네 지폐에 뭉크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내 몸이 썩으면 그 위에 꽃이 피고 나는 꽃들과 함께 영원할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구석구석 색이 바랜 성스러운 벽화도 많다. 골목마다 다니면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계속 이어짐

김윤경 작가·여행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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